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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리서 첫 인종간 유혈충돌… 기지촌 정화대책 나와

입력
2015.07.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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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정화대책
기지촌 정화대책

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는 2016년(잠정)까지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이전해갈 곳이다. 지금의 캠프 험프리스(K-6)는 3배 가량 넓어져, 미군과 가족 군무원 등 약 3만6,000여 명을 수용하게 된다. 계획이 확정되면서 주변 땅값이 올랐고, 아파트 등 주거 여건 정비ㆍ개선 사업도 한창이다.

바로 그곳, 안정리에서 1971년 오늘(7월 9일) 한국 최초의 인종간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한국인 업주와 종업원, 주민들에 대한 흑인 병사들의 불만이 폭발한 거였다. 영내 흑백갈등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사업장들은 다수인 백인들의 비위를 맞춰야 했고, 상당수는 차별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심지어 흑인 출입을 금하는 술집과 클럽도 있었다고 한다. 격분한 흑인 50여 명이 이날 기지촌 가게를 습격해 집기를 부수며 폭행했고, 주민들도 맞서 쌍방 30여 명(군인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 해 12월 22일 청와대는 ‘기지촌 정화대책(사진)’을 발표한다. 범죄 단속을 강화하고 거리 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이었다. 더불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민군관계 소위원회는 클럽 운영방식과 기지촌 여성들의 고객 접대 방식 권고안을 낸다. 인종 차별을 삼갈 것, 흑인 음악을 균형 있게 선곡할 것, 인종적으로 배타적인 간판을 걸지 말 것 등이었다. 기지촌 여성들을 등록시켜 정기검사를 받게 하고, 성병 감염자를 격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권고안에 따라 성병검사를 실시했고, 미군이 성병에 걸릴 경우 접촉한 여성을 추적해 ‘몽키하우스’라 불리던 치료시설에 강제 수용했다. 여성들은 그걸 ‘토벌’이라 불렀다. 48년 공창 폐지령 이후, 또 61년 윤락행위 등 방지법 제정 이후 불법이었던 매춘을 사실상 정부가 방조한 거였다. 군수와 경찰서장, 군 관계자 등이 수시로 여성들을 모아놓고 애국자라고 추켜세우며 서비스 교육을 실시했다는 증언 기록도 허다하다.

2013년 11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결재한 ‘기지촌 정화대책’을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입수, 정부가 한미 우호와 외화벌이를 위해 미군위안부와 기지촌 여성을 직접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62년 정부는 기지촌을 ‘특별관광구역’으로 지정해 매춘을 사실상 합법화했다. 그 해 등록된 매춘부만 약 2만 명에 달했다.

2014년 6월, 122명의 전직 기지촌 매춘부들이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국내법과 국제법 위반 행위를 방조함으로써 인권을 침해하고 정신적 피해를 입힌 데 대해 1인당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거였다. 정부측 변호인단은 “국가 개입 증거가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오는 7월 24일 4차 공판이 열린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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