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배경 앞에 서면 내 얼굴도 밝아진다?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왼쪽은 검은색 벽 앞에서 촬영한 셀카입니다. 오른쪽은 흰색 가구들이 많이 배치된 곳을 배경으로 촬영했습니다. 피부톤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어두운 배경 앞에서 찍은 셀카가 확실히 화사합니다. 이렇게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카메라 특성 때문인데요. 카메라는 우리 눈이 인식한대로 사진에 담아내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는 렌즈 전체에 들어오는 영역의 밝기(노출)를 측정해 평균을 내고 이를 ‘중간 밝기’로 바꿔 기록합니다. 이때 중간 밝기란 반사율이 18%인 회색(18% 그레이)을 말하는데요. 카메라는 이보다 더 밝은 것도, 이보다 더 어두운 것도 모두 18% 그레이로 기록하려고 합니다. 검은색도 회색으로, 흰색도 회색으로 바꿔버리는 것입니다(레벨업포토 2회 ‘’뽀샵’없이 꿀피부 되기’ 기사에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은색 배경 앞에 서면 카메라는 검은색을 회색으로 바꾸려다 보니 더 밝게 기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얼굴도 더 밝아집니다. 반대로 흰색 배경 앞에 서면 카메라가 흰색을 회색으로 바꾸려고 하니 얼굴은 어두워지게 됩니다. 어두운 배경 앞에서 셀카를 찍는 것이 얼굴이 더 화사해지는 이유입니다.
대낮에 남산타워나 63빌딩과 같은 전망대에 올라가서 셀카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만족할만한 셀카를 얻을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얼굴 밝기보다 배경이 압도적으로 밝다 보니(얼굴과 배경의 노출 차이가 심하다 보니) 배경을 살리면 얼굴이 시커멓게 나오게 됩니다.
반대로 얼굴을 살리면 배경이 하얗게 떠 버려서 사진이 ‘인증’의 의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피사체와 배경의 노출 차이가 심한 경우 스마트폰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안되는 ‘인증샷’을 찍다가 실망만 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를 배경으로 하는 셀카는 재빨리 포기하고 반대로 찍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진처럼 얼굴은 외부를 향하고 배경은 실내가 되도록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얼굴을 비추게 됩니다. 창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도달하는 빛의 세기는 약해질 것이고 얼굴의 밝기를 배경보다 상대적으로 더 밝게 만들어 줍니다.
얼굴을 화사하게 만드는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위 상황처럼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은은하게 퍼져서 얼굴을 골고루 비추게 되고 얼굴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게 합니다. 은은한 빛이 아닌 직사광선 형태의 빛은 셀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사진처럼 조명이 머리 위쪽에서 직접 비추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직선형태로 빛이 얼굴에 닿게 되면 얼굴에 그림자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인물 사진을 촬영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직사광선이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어 다크서클이 부각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길게 붙인 속눈썹이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기도 합니다.
얼굴 전체에 골고루 빛이 닿게 해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완벽한 셀카를 얻기 위해서 꼭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화장실에서 셀카 찍으면 잘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입니다. 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타일이 반사판처럼 빛을 얼굴에 골고루 뿌려주고 이 빛이 얼굴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매일 인생사진을 갱신하는 사람들은 노출을 이해하고 빛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셀카가 잘 나오는 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자리하고 있다면, 까만 벽 앞에 서있다면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어보세요. 네모난 화면 속에서 어제보다 매끄러운 피부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기사 내의 셀카 사진은 '삼성 갤럭시S6와 S6 엣지'로 촬영한 실제 이미지 입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사진=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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