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자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린 하시마(端島ㆍ군함도) 탄광 등 일본 메이지(明治)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가토 고코(加藤康子) 일본 내각관방참여가 8일 “한국이 세계유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일본이 허용하고 만 것은 안타깝고 분하다”고 말했다.
가토 내각관방참여는 이날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대표단이 세계유산 가운데 일부에서 한반도 출신자를 일하게 했다고 발언한 것에 관해 이같은 심경을 밝혔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둘러싼 한국과의 협상과정에 대해 “일본의 외무성은 대항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적극적이었으나 외무성이 진짜 총력전으로 싸울 태세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가토 내각관방참여는 “각국 대표단에 지인이 많았기 때문에 등재를 지지해달라고 다시 호소했다. 국가별 담당이 결정돼 있었고 한국은 외무성이 맡아 내 담당이 아니었다”며 자신이 한국과의 조정역할을 맡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등재된 세계유산이 “에도(江戶)막부시대 말기 사무라이들이 서양과학에 처음으로 도전해 불과 50년 만에 스스로 산업혁명을 담당하는 일꾼이 된 도정을 증언하는 유산”이라며 “오래된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도쿄 출생으로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을 수료한 가토 내각관방참여는 이달 5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추천서 원안을 집필한 인물이며 이보다 3일 앞서 지난 2일 내각관방참여에 임명됐다. 일제강점기 한국인이 강제노역에 시달린 사실을 일본 정부가 국제회의에서 언급해놓고 뒤늦게 자국 내에서 “한국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가토 내각관방참여의 평가는 세계유산 등재 직후 ‘징용은 강제노동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아베 정권의 입장과 상통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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