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별 선호 항구 확보 위한 줄대기 등 물밑전쟁 치열
군의원 공무원 폭행사태까지… 국민권익위에 투서도
경북 울릉군의 여객선 접안ㆍ정박시설이 포화상태이 이르자 선사간 경쟁이 과열, 끝내 폭력사태로 비화했다. 여객선사들은 저마다 군의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줄대기에 나섰고, 한 군의원이 접안시설 배정 등에 불만을 품고 공무원을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울릉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울릉군 울릉읍 저동 여객선 터미널에서 울릉군의회 J의원이 울릉군청 P과장에게 폭언과 폭행,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J의원은 저동항에 신축 중인 대저해운 매표소의 인허가 절차를 따져 묻다 담당자인 P과장의 멱살을 잡고 발로 찬 것으로 전해졌다.
J의원은 “대저해운의 저동항 신규 취항 문제가 울릉 주민간 다툼으로 번지고 각종 의혹이 제기돼 군에 자료를 요구했는데 담당 공무원이 계속 미뤄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임마’라는 말은 했지만 다른 폭언과 폭행은 없었다”며 폭행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 목격자가 여러 명이었고, P과장도 경찰 조사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해 J의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릉군의회도 J의원의 징계를 논의하는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울릉-독도간 여객선을 운항하는 한 여객선사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군의원들의 연루의혹을 담은 투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9, 10일 이틀간 일정으로 울릉도를 직접 찾아 조사할 예정이다.
울릉 저동항 여객선 터미널에는 태성해운과 씨스포빌이 울릉도와 육지간을 운항해 왔는데, 최근 대저해운이 울릉 저동항에서 독도 구간에 신규로 취항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뜩이나 복잡한 항구에 추가로 여객선이 들어오게 되자 선사간의 신경전이 벌어졌고, 저동항 주변에는 대저해운의 울릉 저동항 사용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찬성하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나붙는 볼썽사나운 일도 벌어졌다. 이 현수막은 찬ㆍ반 측에서 서로 상대방 현수막을 불법현수막으로 울릉군에 고발하는 바람에 최근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격화하면서 여객선사들은 군의원들을 집중 공략했고, 저마다 알게 모르게 끈을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일 이전에도 울릉군의원들은 오래 전부터 선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L의원과 J의원은 선사 2곳의 울릉도본부장을 각각 역임하기도 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일부 군의원들이 여객선사들로부터 ‘용돈’을 받아 쓰고 해당 선사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소문이 번질 정도다.
울릉 주민 이모(50ㆍ울릉읍 도동)씨는“주민들은 선사들 밥그릇 싸움에 전혀 관심 없는데 왜 의원들이 목을 매는지 한심할 따름이다”며 “메르스로 침체된 울릉 경제에나 신경을 좀 썼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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