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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민주주의 본질 훼손한 유승민 사퇴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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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민주주의 본질 훼손한 유승민 사퇴과정

입력
2015.07.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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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마비 정국 탈출 계기 다행이나

의회정치, 정당민주주의 원칙 퇴색

박 대통령, 포용과 소통정치 회복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마침내 사퇴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파동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당 의원총회의 권고를 수용해서다. 앞서 새누리당은 긴급 비공개 의총을 열어 난상토론 끝에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채택했고 김무성 대표가 이를 전달했다. 그의 사퇴로 극심한 정치권 혼란과 집권여당의 기능부전 사태를 초래한 거부권 정국에서 벗어날 계기가 마련됐다. 현재 우리가 처한 나라 안팎 사정은 소모적 갈등으로 시간을 허송할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의회정치와 정당민주주의 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임은 분명하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집권여당이 여야 국회의원 절대다수가 찬성한 국회법개정안을 재의표결 불참여로 사실상 폐기시킨 데 이어 논란의 책임을 물어 원내대표를 퇴진시켰다. 선당후사(先黨後私)나 나라와 당을 위한 결단 등의 말로 합리화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원내대표를 대통령 의중을 짚어 의원총회를 열어 사퇴시킨 것도 정당사상 처음이다. 수평적 당청관계와 같은 평소 구호가 무색하게 여당이 청와대의 하부조직에 다름 아님을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정당민주주의를 1970년대로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말이 없다.

사실 집권여당의 원내 지도부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당 소속 의원들과 원내 지도부는 입법부의 엄연한 일원으로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임무도 함께 띠고 있다. 이런 측면을 도외시하고 생각과 관점이 다른 여당 원내대표를 “자기 정치 한다”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여권 내 공감대 형성을 소홀히 한 유 원내대표의 엇박자나 튀는 스타일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의견차를 조율할 청와대 정무기능의 부재를 방치하고 직접 설득하거나 협조 요청하는 노력도 않은 박 대통령의 닫힌 리더십은 더 큰 문제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사퇴 압박에도 버틴 이유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어서”라고 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비판한 박 대통령에게 강력한 반격을 가한 셈이다.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과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다시 강조한 것은 박 대통령과 다른 개혁 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과 노선 따르지 않고 엇나간 비주류 원내대표가 퇴진함으로써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 배제ㆍ불통의 리더십 등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된 점은 큰 손실이다. 한층 악화된 대야 관계도 부담이다. 앞으로 얼마나 협조적인 여당 원내지도부가 구성될지 모르나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시급한 국정과제를 원활히 풀어가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이번 거부권 사태를 냉정히 돌아보고 교훈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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