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680조원 증발, 작년 그리스 GDP의 10배 달해
각종 부양책에도 연일 폭포수 추락… 8일 상하이지수 한때 8% 폭락
내수 진작 경제정책 실패 가능성
“농민들이 주식을 버리고 폐품 수집에 나섰다.”
주민 4,300여명 중 1,000명 이상이 주식 투자를 해 ‘주식촌’ (차오구춘ㆍ 炒股村)으로 유명한 중국 산시(陝西)성 싱핑(興平)시 난류(南留)촌 농민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상승장에 한 때 수천만원씩의 평가익을 보기도 했지만 지난달부터 하락장이 이어지자 웃음을 잃었다. 일부 노인들은 주식 매매 대신 이전처럼 다시 고철과 폐지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재경망(財經網)은 지난 한 달 간 중국 주식 시장에서 증발된 시가 총액이 무려 2조3,600억달러(약 2,680조원)라며, 이는 지난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0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들은 영화 배우 장쯔이(章子怡) 가족이 4억7,000만위안(약 850억원), 역시 배우 자오웨이(趙薇)가 40억위안에 달하는 주식 평가손을 봤다는 분석도 내 놨다.
중국 증시의 폭락세가 이어지며 중국 사회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경제와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8일 장중 한 때 8% 넘게 폭락하며 3,421.53 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다소 회복, 전날 보다 5.9% 하락한 3,507.19로 겨우 마감됐다. 지난달 12일 장중 최고점 5,178.19와 이날 장중 최저점을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무려 34%나 조정을 받았다. 1년 전 2,000대에 불과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2월 3,000선, 지난 4월 4,000선, 지난달엔 5,000선까지 뚫고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지난달 15일 하락 반전 후 마치 폭포수처럼 연일 추락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각종 대책을 내 놓고 있는 데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그 동안 금리 인하 등의 돈 풀기와 인프라 건설을 강조한 일대일로(一帶一路) 등의 정책성 호재로 사실상 국가 주도의 상승장을 이끌어 온 중국 정부는 최근 신용거래 규제완화, 주식거래수수료 30% 인하, 최대 6,000억위안의 양로보험기금 증시 투입, 공매도 거래 제한, 인민은행의 증권금융공사 지원 의사 표명, 기업 공개 일정 연기 등의 대책들을 쏟아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조치까지 발표됐다. 그러나 증시는 반짝 반등하다 다시 추락하길 반복하고 있다.
증시 하락으로 그 동안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거래계좌들에 대한 증권사의 강제 반대매매까지 단행되며 낙폭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며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800여개 기업 중 이미 1,400여개 종목이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대부분은 ‘중요 사업 준비’ 등을 이유를 내세웠지만 증시 폭락이란 소나기는 일단 피해 보잔 심산이다. 특히 신용 거래가 큰 일부 대주주는 반대 매매로 자칫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도 있어 거래 정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은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공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취약한 실물 경제 상황을 보면 주가에 ‘아직도 거품이 많이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단기 낙폭이 큰 만큼 이젠 분할 매수에 나설 때’란 조언을 압도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 둔화에 허덕이는 중국 경제는 증시 폭락으로 더욱 휘청거릴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돈을 풀고 증시를 부양해 구조조정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소비 심리도 개선하고 내수도 진작시키려 한 중국 정부의 정책이 완전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증시 관리 감독 책임자는 물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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