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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숲길, 치유의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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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숲길, 치유의 숲으로

입력
2015.07.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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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천연폭포 어우러진 1km 30년 만에 다음주 시민에 개방

심리상담ㆍ명상에 자연환경 결합한 1일ㆍ장기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

서울시가 30년 만에 개방한 서울대공원숲에선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성인이나 아동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30년 만에 개방한 서울대공원숲에선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성인이나 아동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서울시 제공

주부이자 대학 시간강사인 A(50ㆍ여)씨에게 지난 몇 년은 절망의 나날이었다. 2년 전 남편이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난 뒤 A씨는 자신의 쥐꼬리만한 시간강사 수입만으로 고3 아들 뒷바라지를 포함해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하던 친정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불현듯 갱년기까지 찾아오며 A씨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위기의 A씨를 구해낸 건 산림치유였다. 숲에서 위안을 찾아 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산림치유지도사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했던 A씨는 회를 거듭할수록 몰라보게 밝아졌다. 10차례의 치유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후 A씨는 “산림치유 덕분에 살아났다”며 산림치유지도사에게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린 닥터’로 불리는 산림치유는 피톤치드, 산소, 향기, 바람, 햇빛, 물 등 숲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정신적, 심리적 건강을 증진시킴으로써 질병을 치유하는 활동이다. 그 산림치유의 숲이 서울대공원 산자락에서 문을 연다.

서울대공원은 청계산 골짜기로부터 이어지는 계곡과 10m 높이의 천연폭포가 어우러져 있는 서울대공원 숲을 30년 만에 13일 시민들에 처음 개방한다고 8일 밝혔다. 청계산 원지동 계곡에 위치한 서울대공원 숲은 1984년 서울대공원 조성 당시 이곳에 살던 10여 가구가 이주한 뒤 숲으로 복원됐다.

이번에 개방되는 숲길은 약 5만㎡ 면적을 지나며 1㎞ 가량 이어진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피톤치드가 풍부한 전나무, 잣나무 등이 울창하다. 서울대공원은 이 숲을 ▦치유숲센터 ▦숲속광장 ▦활동숲과 하늘숲 ▦나무ㆍ햇빛ㆍ물 이완숲 ▦향기숲길 등 치유의 숲으로 만들었다.

치유의 숲에선 일반인들을 위한 1일 체험 프로그램과 장기치료가 필요한 시민들을 위한 장기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했다.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이나 스마트폰 중독, 감정조절 장애, 갱년기여성 등은 장기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산림청이 공인하는 산림치유지도사가 동행한다. 산림치유지도사인 김주연 서울대공원 치유숲 사업지원단장은 “산림치유지도사들은 참가자들의 건강상태 등을 체크하고 상담을 통해 각자에 맞는 치유프로그램을 찾아 그들의 치유를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특히 복잡한 도심 속에서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생겨나는 각종 심신의 병을 다스리는데 산림치유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는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혈압체크를 통해 건강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친 발의 피로를 풀며 건강차를 마시고 전나무 숲에서 깊게 호흡하며 명상을 함께 진행한다. 햇빛이 있는 숲에선 황토와 조약돌이 깔린 길을 맨발로 걷고, 10m 높이의 천연폭포 주변에선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허브 등 20여종 식물들의 향기를 맡고 딱따구리와 박새, 뻐꾸기, 직바구리, 원앙, 청둥오리 등 30여종의 각종 산새와 물새들을 볼 수 있다.

서울대공원은 숲 보존과 치유효과 극대화를 위해 하루 50~60명 선착순 예약제로 접수한다. 서울대공원 홈페이지(http://grandpark.seoul.go.kr)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http://yeyak.seoul.go.kr)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송천헌 서울대공원장은 “바쁜 일상에 지친 많은 도시민들이 자연과 교감으로 삶의 위로와 위안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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