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찾은 네팔 선수단이 대지진 피해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지난 4월 네팔을 덮친 지진 참사는 네팔 국민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희망도 앗아갔다. 네팔 선수단의 한국인 양궁 감독인 이충운씨는 8일 “선수들 대부분이 대회 출전을 위한 훈련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광주행 비행기를 탔다”며 “현재 네팔의 양궁 경기장은 아직까지 난민들을 위한 텐트촌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복구와 구호 활동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국가대표 선발전도 거치지 못해, 임의 선발된 선수들이 광주를 찾았다. 선수단 감독도 한국인인 권영달 태권도 감독과 이충운 코치가 유일하다. 태권도와 양궁을 제외한 다른 종목 선수들은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과 조직위원회가 건넨 손길에 네팔 선수들은 조금씩 희망을 되찾고 있다. 배미경 조직위 국제부장은 “정부 지원이 끊겨 네팔 선수단 파견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조직위 직원들과 소방직 공무원들이 성금을 모아서 항공권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펜싱 국가대표인 산지프 라마는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카트만두 인근 출신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선수 중 한 명이다. 라마의 경우 대회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대한펜싱협회가 110만원 상당의 장비를 후원하면서 검을 들었다.
대지진 당시 네팔 지원 활동을 펼쳤던 전남대병원 의료진 역시 대회에 출전한 선수단을 위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대학산악연맹과 선수촌 경찰서비스센터 역시 네팔 선수들을 위한 물품을 기부했다. 이 감독은 “대회에 참가하면서 선수들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지진의 상처도 아물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네팔 선수단을 맡고 있는 김성욱 아타쉐(통역 등 전담지원요원)도 “네팔 선수들은 워낙 낙천적이라 선수촌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광주에서나마 지진 피해가 하루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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