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8명으로 7개 대회 연속 우승
“내 뒤엔 아무도 없다. 쓰러지면 패배다.”
21일 전국대회 출전을 앞둔 강원 태백시 황지정보산업고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각오다. 이 학교의 핸드볼 선수는 모두 8명. 7명이 코트에 나서면 벤치 멤버는 단 1명뿐이다. 체력소모가 워낙 심해 아이스하키와 유사하게 공격과 수비를 분담해 운영하는 핸드볼 종목의 특성 상 8명으로 팀을 꾸리는 것은 기적에 가깝지만, 이들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지난 1995년 6명의 초미니 선수단으로 전국대회에서 세 차례나 준우승을 했던 경북 의성여고 농구부를 보는 듯 하다. 그 해 8월 전국협회장기연맹전 결승전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에 내걸린 ‘첫 차에 우승 꿈을 싣고, 막차엔 트로피를 싣고’라는 응원문구는 초미니 선수단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투혼으로 감동을 선사한 의성여고 선수들은 대기업이 판매하는 스포츠음료의 광고모델이 되기도 했다.
황지정산고 소녀전사들은 20년 전 의성여고를 넘어서는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 등 5개 대회 정상에 이어 4월 열린 전국 종별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도 황지정산고는 인천비지니스고를 33대 25로 꺾고 여고부 우승을 차지했다. 최지혜와 김아영이 26점을 합작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비와 골키퍼 차예나의 방어율도 전국 최고였다. 황지정산고는 최근 열린 지역 및 전국대회에서 7차례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여고부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한 체력과 초등학교부터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조직력은 황지정산고가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큰 무기다. 특히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팀 워크와 운동에 앞서 인성과 예절을 강조하는 이춘삼(56)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져 연승행진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기본 체력을 바탕으로 전술을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좋은 선수로 성장한 선배들처럼 국가대표로 학교의 이름을 높여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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