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쇼크' 저자 앨런 와이즈먼 교수
“인류와 다른 생물종이 자연에서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인구쇼크’ ‘인간 없는 세상’ 등의 저서로 유명한 언론인이자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인 앨런 와이즈먼은 8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세계리더스보전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와이즈먼은 “모든 인간이 멸종된 이후의 상태를 가정해서 쓴 책이 ‘인간 없는 세상’이다. 인간이 떠나게 되면 어떤 일들이 있을지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자연은 저항력이 크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시와 각종 시설들을 자연이 복구해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계 전체가 평화공원이 될 것이다. 저도 인간이 있는 세계를 원한다. 복원된 건강한 지구에서 인류들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독자들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와이즈먼은 자연 복원력의 대표 사례로 ‘인간 없는 세상’을 쓰기 위해 방문했던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꼽았다. 와이즈먼은 “같은 역사와 언어를 사용하고 피를 나눈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는 것은 비극이지만 이들은 또 하나의 기적을 공유하고 있다”며 “수십 년 동안 인간이 살지 않는 DMZ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됐다”고 말했다.
와이즈먼은 “통일이 된다면 남쪽과 북쪽에서 온 개발업자들로 야생 동식물들이 멸종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세계 과학자들은 DMZ를 보전하기 위해 국제평화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남한과 북한이 분단상태에 있지만 중앙지대에는 꽃을 피울 수 있다. 이 지대를 이용하면 남과 북은 더 긴밀해질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을 위한 자연의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이즈먼은 또 지구에서 인류가 자연과 조화해 살아가기 위해 인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73억명이라는 인구 수가 적절하지 않다면 건강한 수준으로 인구 수를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인구가 더 늘어난 다음 세기에는 모든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며 “이는 인류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종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인데,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학제품이 필요하고 다른 생물종은 인간의 먹이가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와이즈먼은 “지금 환경 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만약 실패한다면 지구에서 살아있는 모두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리더스보전포럼’은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도입돼 호평 받은 ‘세계리더스대화’를 발전시킨 것으로, 환경문제에 관한 세계 지도자들의 토론의 장이다. 9일 폐막하는 올해 포럼에는 잉거 앤더슨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 크리스토퍼 브릭스 람사르협약 사무총장, 이보 드 보어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사무총장,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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