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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호텔… 공연장 변신은 자유

입력
2015.07.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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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공연 '고도리를 기다리며'… 관객도 찜질복 입고 누워 관람 가능

국내 초연 '카포네 트릴로지' 객석 절반 줄여 호텔 내부로 바꿔

두산아트센터 연습실을 찜질방으로 완벽하게 변신시킨 낭독공연 '고도리를 기다리며' 리허설 장면. 두산아트센터 제공.
두산아트센터 연습실을 찜질방으로 완벽하게 변신시킨 낭독공연 '고도리를 기다리며' 리허설 장면. 두산아트센터 제공.

신작 연극을 소개할 때 쓰는 근대식 서술어 ‘무대 위에 오르다’는 이제 폐기처분해야겠다. 두산아트센터,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등이 찜질방 호텔 방송국 등을 극장 안에 재현해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지 않는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극장을 벗어나 경기장, 공장 등 현실의 장소에서 공연하는 ‘장소 특정형 연극’이 실험성 강한 축제에서 더러 소개됐는데, 최근 대중적인 공연장들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산아트센터는 지하 2층 연습실을 찜질방으로 개조해 9~11일 낭독공연 ‘고도리를 기다리며’를 선보인다. 복지센터 찜질방에 모인 여자 8명이 각자 욕망하는 ‘고도리’를 기다리며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겠다고 아귀다툼을 하는 것이 줄거리. 기매리 연출가는 “특정 장소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무대라는 것이 이야기가 바뀌는 빈 공간이라면, 축구장 같은 장소는 그 자체로 작품에 특별한 정서를 준다”고 말했다. 기 연출가는 계룡산 근처 군부대 복지센터 찜질방을 그대로 재현했다. 관객과 배우, 스태프까지 모두 찜질복을 착용해야 입장이 가능하고, 연습실 한쪽 매점에서 구운 계란, 핫바, 식혜 등을 사먹으면서 바닥에 누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여성 관객에 한해 1인 1매만 무료로 예약 가능한 이 작품은 예약 공지 일주일 만에 3일 공연 전석이 매진됐다.

두산아트센터는 앞서 1월에도 무대와 객석을 통째로 방송국 스튜디오로 재현한 연극 ‘치킨 게임’을 선보였다. TV 토론프로그램 녹화장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티켓 창구 직원이 입장하는 관객에게 신상정보를 캐묻고, 연출가가 객석 뒤에서 PD처럼 진행 지시를 했다. 배우들이 “내가 말하는 것 중 어디까지가 대사일까”라는 말을 수시로 내뱉은 이 작품은 90% 이상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달 14일부터 9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역시 작품 배경이 되는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를 극장 안에 재현했다. 1923년부터 1943년까지 10년 간격으로 이 방에서 벌어진 세 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연극은 독특한 무대 구성으로 지난해 영국 에딘버러페스티벌에서 매진을 기록한 작품. 원작은 7평 남짓한 호텔 방을 만들고 양쪽에 계단식 객석을 둬 관객들이 작은 호텔방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김태형 연출가는 한국 초연을 앞두고 극장 내부는 물론, 로비와 복도까지 호텔방과 로비, 복도로 바꿨다. 200석 규모의 객석은 100석으로 대폭 줄었다.

특정 장소를 구현한 공연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연극인들은 “관객과 호흡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소극장 대여마저 힘든 젊은 연극인들이 이색 장소에서 실험극을 선보이고, 수작으로 입소문을 타면 제작사 등의 지원을 받아 공연장에 ‘입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매리, 김태형 연출가 모두 수년간 축구장 카페 서점 등에서 연극을 선보여 오다 이번에 각각 두산아트센터, ㈜아이엠컬처의 제작 지원을 받았다.

연극이 영상과 경쟁해야 하는 이 시대에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오기 위한 타개책이기도 하다. 김태형 연출가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강렬한 무대 체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이색 공연장들은 무대와 객석 거리를 좁혀 배우의 표정 호흡 열기를 느끼고, 특정 장소의 정서를 고스란히 옮겨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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