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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낄 수 있다면, 누리비는 외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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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낄 수 있다면, 누리비는 외롭지 않아요

입력
2015.07.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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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대회 마스코트 보통은 여러 개… 예산 절감 위해 캐릭터 하나만 제작

메달도 조폐공사 아닌 민간 업체에… 육상 코스 줄여 절약한 돈이 52억원

누리비와 함께 한 캐나다 선수들.
누리비와 함께 한 캐나다 선수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의 마스코트 ‘누리비’ (온 세상을 뜻하는 우리말 누리와 날다의 한자어 비(飛)를 결합한 조어)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답은 ‘중성’이다.

종합 스포츠대회 마스코트가 남녀 또는 가족단위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누리비는 나홀로 대회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물범 삼남매인 비추오, 바라메, 추므로가 활약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누리비가 애매한 성별을 갖게 된 데에는 웃지 못할 사연이 담겨있다. 고효율ㆍ저예산을 목표로 한 대회 조직위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다. 김영선 조직위 예산팀장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누리비 인형을 제작하는 데만 200만원 가까이 든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누리비가 2~3명으로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누리비 의 중성화(?)를 통해 하나의 마스코트만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마스코트가 하나로 통일되면서 각종 홍보물이나 대회 시설을 만들기 위한 부수적인 비용까지 절감했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조직위의 예산 절감 프로젝트는 마스코트 외에도 대회 곳곳에 녹아있다. 선수들이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위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조폐공사에 메달 제작을 맡기는 대신 과감하게 민간업체를 선택했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메달 제작을 맡기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비용을 8억8,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낮췄다. 수송비와 유지비가 들어가는 꽃다발 대신 누리비 인형을 수여해 예산도 절약하고 대회 상징성도 부각시키도록 했다. 선수들이 올라서는 시상대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사용한 것을 재활용했다.

예산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로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하프마라톤과 경보 종목의 경우 같은 구간을 여러 바퀴를 뛰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21㎞에 달하는 하프마라톤 구간의 경우 6.8㎞를 세 바퀴 뛴다. 경보(20㎞)는 1㎞를 10번 왕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500m를 20번 왕복하게 했다. 코스 변경을 통해 절약한 금액만 52억원이다.

이로써 조직위는 당초 8,171억원으로 확정됐던 예산에서 1,999억원을 절약했다. 대회 유치 때부터 조직위를 진두지휘했던 김윤석 사무총장은 기획재정부와 광주 경제부시장을 지내면서 터득한 예산 절감 노하우를 이번 대회에 그대로 적용했다. 김 총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어젠다 2020’을 발표하는 등 저비용ㆍ고효율 대회를 치르는 것이 세계 흐름으로 자리잡았다”면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앞으로 열릴 국제대회 롤모델로 남기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밝혔다.

광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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