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응웬 푸 쫑 파격 환대
"中 겨냥 전략적 동반자 관계 추진"
과거 적국인 베트남까지 가세시키는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포위망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응웬 푸 쫑(71)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인권, 국방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양자 및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회동 후 오바마 대통령과 쫑 서기장은 “양국 사이의 힘든 역사가 상호 경제적ㆍ안보적 이해에 근거한 관계로 대체되고 있다”며 “인권이나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 입장 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양국은 건설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쫑 서기장이 마주 앉은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 수도를 방문한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인데다, 백악관 심장부인 대통령 집무실을 예방한 것은 더욱 ‘파격’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에서 공식 직함이 없는 인물을 오바마 대통령이 집무공간에서 만나준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의전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평가다.
미국 언론은 양국 국교정상화 20주년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 속에 이뤄진 이번 회동의 의미를 남중국해에서의 안보협력 강화에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어려웠던 베트남과의 관계를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군수물자 교역을 확대하고, 미 해군에게 일부 베트남 항구를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 등이 대 중국 견제와 관련, 양국의 안보협력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의 행보에 대해 중국은 당장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8일 사설에서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의 방미를 일부에서 베트남과 손을 잡고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 전략의 승리로 보고 있지만, 베트남이 필리핀으로부터 배워 마치 어린 아이처럼 미국으로 달려가 안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미국의 힘을 빌어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힘의 평형을 이루려는 전략을 쓰는 개별 국가 중 실질적 효과를 본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쑹쥔잉(宋均營)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부연구원도 국제재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베트남이 TPP와 살상용 무기 수출 금수 조치 해제에 합의할 경우 중국 제조업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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