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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자민당 반대~ 노래하는 日 개념 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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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자민당 반대~ 노래하는 日 개념 걸그룹

입력
2015.07.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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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비판 공연에 행사 후원 취소

방송 출연정지ㆍ살해 협박도 받아

"상술" "시대 요청" 평가는 엇갈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비판하는 음악활동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본 걸그룹 '제복향상위원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비판하는 음악활동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본 걸그룹 '제복향상위원회'.

일본의 여성 아이돌 그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비판하는 음악활동으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보수우익진영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자 오히려 탄압받는 모양새 때문에 존재감이 부각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걸그룹 ‘제복향상위원회(制服向上委員會)’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가나가와(神奈川)현 야마토(大和)시의 시민단체 ‘헌법 9조 야마토회’가 개최한 집단자위권 비판 행사에 출연해 “모든 악의 근원은 자민당이지~” “자민당을 쓰러뜨리자~”는 등의 가사를 담은 개사곡을 귀여운 율동과 함께 불렀다. 가사에는 아베 총리를 야유하는 내용도 들어갔으며, 탈(脫)원전,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반대를 주제로 한 곡도 이어졌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자민당 소속 야마토시의원이 “우리 당을 비난하는 활동을 왜 후원해야 하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금까지 이들을 후원하던 야마토시 당국을 난처하게 했다. 결국 시 관계자는 “후원은 특정정당과 종교단체의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라며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후원을 취소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제복향상위원회에게 이런 소동이 처음이 아니어서, 배후에는 아베 정권이 있다는 비판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1992년 데뷔한 이들은 20년 넘게 18기 멤버까지 배출한 대규모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름처럼 중고생 위주의 멤버들이 교복이나 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특히 2000년대부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발표해왔다. 2010년엔 지상파 디지털 방송 반대곡인 ‘TV여 안녕히 가세요’, 2011년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탈 원전 아이돌’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들은 가사를 통해 “세계를 향해 소리치자 위험한 현실을 ~ 인체에 영향은 없다니~ 거짓말 마라~!”“원전추진파, 당신이 가서 살아봐~” 등을 외치고 있다.

이런 도발로 대부분의 방송에서 출연정지, 공연취소 사태를 겪었으며, 음반홍보활동이나 전철역 포스터 부착까지 거부당했다. 그룹 리더활동을 오래해 온 하시모토 미카(橋本美香)는 “헌법 9조가 있어 전쟁이 없는 지금의 일본이 있다”“원전사고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겐 관심 없고 열심히 해외에 원전을 팔아먹으려는 사람이 지금 이 나라 총리랍니다” 등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우익들의 살해협박이 나오는가 하면 팬들도 위축시켜 팬미팅 이벤트가 축소되는 일도 겪었다. ‘반 자민당 아이돌’로 공격받지만 실제로 이들의 비판은 2012년 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을 공격하는 ‘노다ㆍ악마ㆍTPP’를 발매하는 등 정파를 가리지 않는다.

일본 대중문화계에선 평범한 이웃집 소녀 같은 이들이 “과연 정말로 정치적 사상을 갖고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프로듀서인 다카하시 히로유키(高橋廣行)의 철저한 상술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음반관련 잡지 ‘오리콘스타일’은 이달 최신호에서 “앞으로 선거연령이 18세 이상으로 낮아진다. 최근 아베 정부의 언론탄압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아이돌 그룹들이 단순한 귀여움과 판타지곡만 추구하지 않고, 제복향상위원회 같은 주장도 들어볼 필요가 생긴 것 아닌가”라고 의미 부여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요청인지 아이돌 전략의 새로운 변화의 하나에 불과한지 앞으로 그녀들의 활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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