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 소년단의 '쩔어'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이 경찰, 의사, 신분증을 찬 직장인 등 각각 명확하게 직업을 알 수 있는 옷을 입고 있다. 이들은 이 옷을 입은 채 '일하는 사람'으로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밤새 일했지 everyday / 네가 클럽에서 놀 때'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이야기지만, 그 뒤의 '쩔어 쩔어 쩔어 우리 연습실 땀내'는 노래의 주인공이 방탄 소년단 그들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돌이 팬들을 만족시키려면 노래와 춤, 또는 그 밖의 수많은 활동들을 열심히 해야 한다. 팬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려면, 그들은 문자 그대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 '쩔어'는 이 관계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를테면 '쩔어'의 뮤직비디오는 EXO의 'Call me baby'처럼 원테이크 기법(카메라의 앵글전환이나 피사체의 움직임 등으로만 긴 시간 동안 화면의 컷 전환 없이 지속시키는 촬영기법)을 활용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정반대에 가깝다. 'Call me baby'는 배경이 바뀌는 부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카메라가 비추는 모든 공간을 하나로 연결한다. 실제로는 여러 세트에서 촬영한 것을 촬영과 편집의 테크닉으로 하나로 이은 것이지만, 뮤직비디오 속에서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하나의 공간이다. (동영상 보기 ▶ EXO 'Call me baby') 반면 '쩔어'는 카메라의 중심에 놓이는 멤버들이 바뀔 때마다 배경도 급격하게 바뀐다. 멤버들이 그것을 일부러 의식하는 장면도 있다. 그들은 연출된 공간임을 드러내는 영상 속에서, 스스로 연기를 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데뷔곡 'No more dream'에서 '얌마 니 꿈이 뭐니'라는 직설적인 가사를 던질 때부터, 그들은 10대의 고민에 대해 노래했다. 이것은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그들에게 부여한 콘셉트였다. H.O.T.와 젝스키스가 활동하던 때부터, 10대를 대변하는 반항아는 아이돌 산업에서 늘 일정한 시장을 가진 캐릭터다. 그러나 '쩔어'는 그 콘셉트를 수행하는 아이돌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No more dream', 'NO', '상남자'로 이어진 이른바 방탄 소년단의 '학교 3부작'을 그들의 실제 스토리로 편입 시킨다. 10대의 꿈에 대해 고민하던 청춘들이 결국 무대 위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이돌이 됐다. '쩔어'에 앞서 그들이 활동했던 'I need U'가 뮤직비디오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이미지를 그린 것까지 감안하면, 이들은 학교에서의 우울한 10대 시절을 지나 방황하는 청춘을 지나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 된다.
이것마저도 회사가 부여한 콘셉트이기는 하다. 방탄 소년단의 앨범 수록곡에는 멤버들이 직접 쓴 자기 반영적인 노래들이 실리지만, 그런 노래로 뮤직비디오를 찍고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은 회사의 결정이다. 그러나, '쩔어'가 회사의 기획이라 해도 방탄 소년단이 '연습실 땀내'를 맡으며 무대를 준비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주목 받는 대부분의 아이돌이 그렇겠지만, 회사가 어떤 콘셉트를 제시한다 해도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쩔어'에서 힙합을 기반으로 한 방탄소년단의 군무는 그들만의 퍼포먼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이 퍼포먼스를 하려면 춤 실력이 부족한 멤버도 무조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동작을 소화해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은 회사가 기획할 수 있어도, 아이돌이 땀 흘려 가며 연습해야 나올 수 있는 노래와 춤은 그들의 것이다. 회사가 방황하는 청춘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아이돌은 그것을 수행하는 청춘이다. '쩔어'는 방탄 소년단이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서 회사의 콘셉트와 실제 그들의 정체성이 합쳐지도록 만든다. 방탄 소년단은 앞으로도 회사가 부여하는 콘셉트를 소화하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EXO가 가상의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로 시장을 휩쓸고 있을 때, 방탄 소년단은 힙합으로 10대의 이야기를 하겠다며 데뷔했다. 굳이 명명하자면, 그들은 '판타지계'가 아닌 '리얼계'의 아이돌이었고, 그 위치로 서서히 성장해왔다. 그리고 '학교 3부작'을 졸업하고 ‘화양연화 pt.1’에서 청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무대를 위해 죽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기획이고 콘셉트라도 죽도록 노래하고 춤추는 것만큼은 진짜라는 것, 그래서 그것으로 팬들을 사로잡겠다는 의지.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위해 앞으로 달려간다는 것을 숨기지 않은 팀이 뿜어내는 기세는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동력이다. 아마도 앞으로 남자 아이돌 그룹의 시장이 좀 더 흥미로워질 듯 하다. 달려가는 아이돌의 기세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으니.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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