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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자꾸 너의 잔소리만 들려”

입력
2015.07.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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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자친구와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땐 하나하나 챙겨주는 그녀가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챙겨주는 것이 좋았던 것도 잠시, 어느 때부터인가 그녀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저에게 잔소리를 하는 여자친구로 바뀌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을 때면 먹는 습관이나 모습 가지고 뭐라 하고,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 응원은커녕 이러쿵저러쿵 타박을 듣기 일쑤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만나도 아무 이야기를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왜 그렇게 표정이 안좋냐고 그녀가 묻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속 좁고 소심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사이, 문제 있는 거죠?

"그녀의 잔소리가 이젠 지긋지긋하다고요." 게티이미지뱅크
"그녀의 잔소리가 이젠 지긋지긋하다고요." 게티이미지뱅크

A 주변에서 워낙 만나고 헤어지는 커플들을 많이 지켜봐 온 제가 연인의 이별에 대해 한 가지 결론을 내리며 썼던 구절이 있어요. 남자는 자기 여자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 이별을 떠올리고, 여자는 자기 남자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 이별을 떠올린다는 것이예요.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상황은, 그러니까 남자가 한심하게 느껴져 버린 여자와 그런 여자에게 지긋지긋함을 느끼는 이 남자의 조합은 그러므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네요.

두 분 사이가 문제가 있느냐고 물으셨죠? 네, 문제가 있어요. 서로 좋아서 만난 사람들인데 정작 만나서 하는 일이라는 게 타박하고, 불편하게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도 문제고,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불편하고 부당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그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 말아줘'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도 문제겠네요. 물론 자기 마음 속에 있는 말을 100% 다 할 수 있는 관계는 그리 흔치 않지만, 대부분의 대화에서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서로 주고 받는다는 건 분명히 문제일 겁니다. 이런 식으로는 어떤 커플도 오래 가기 힘들 거예요.

이 문제는 어디부터 풀어가야 하는 걸까요? 가장 좋은 건, 잔소리를 시작한 사람이 먼저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일일 겁니다. 잔소리 그 자체만으로는 사실상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고, 잔소리가 아니라 대화다운 대화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문득 그녀가 '나는 왜 이렇게까지 잔소리를 하는 것일까? 이 사람의 행동이 하나하나 다 맘에 안들어서일까? 아니면 이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주고 싶어서일까? 혹은 그저 내 스스로 짜증이 났는데 앞에 보이는 사람한테 그 감정의 배설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런 잔소리가 이 관계에 정말로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이미 잔소리를 습관적으로 (거의 중독적으로 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자각을 하는 일 역시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쩌면 여자는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남자는 잔소리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노래 가사처럼…. TV화면 캡처.
어쩌면 여자는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남자는 잔소리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노래 가사처럼…. TV화면 캡처.

그러니 이제 공은 당신에게 넘어옵니다. 그녀가 또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면,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그리고 이제 당신이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좋아하고 아끼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 뭔가를 지적하고, 비난하고, 혀를 끌끌 차는 것들이라면 우리 관계에도 좋지 않은 일일 것 같아. 너도 힘들지? 사실 나도 힘들어.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다 이야기해줘. 네가 힘들지 않도록 내가 노력할게'라고요. 이 관계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마음을 담아 진지하게 이야기한다면, 그녀도 당신의 이 호소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되겠죠. 바로 이런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는 잔소리로부터 두 사람이 모두 다 해방되는 포인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 이 때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겠다, 절대로 상대를 비난하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인정할 것은 하지만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고요.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것을 한 번만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비단 연애 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 관계에 대해서 자신이 원했던 바, 그리고 앞으로 원하는 바에 대해 진지하게 소통하다 보면, 왜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그녀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겁니다. 그저 당신에게 권태를 느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요즘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았는데 당신이 그걸 몰라주니 의도치 않게 화풀이가 된 것일 수도 있고, 처음엔 그저 사소한 잔소리만 했지만 당신이 건성으로 대답만 하고 전혀 행동이 바뀌질 않으니 점점 그 수위가 올라갔던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그녀는 당신에게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당신이 그녀의 모든 말을 잔소리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고요. 원인이 무엇이었든, 해결은 두 사람의 몫이라는 것,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그 끝에는 두 사람의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대화다운 대화로, 행복을 되찾으시길.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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