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각서 어겨… 660억 지불하라"
방위사업청이 1조7,800억원대의 KF-16전투기 성능개량사업을 놓고 미국의 2개 업체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맞소송을 건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미국을 상대로 한 정부의 이례적인 강공대응이 미국산 무기의 ‘호갱’ 신세를 면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미 BAE와 레이시온을 상대로 입찰보증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며 “소송가액은 BAE 4,325만달러(477억원), 레이시온 1,799만달러(187억원) 등 총 6,124만달러(664억원)”라고 밝혔다. 미국의 두 업체가 합의각서를 지키지 않았으니 660억원대의 입찰보증금을 지불하라는 게 소송의 골자라는 설명이다.
방사청은 2013년 12월 KF-16전투기의 체계통합과 AESA레이더 성능개량업체로 각각 BAE와 레이시온을 선정했다. KF-16은 1988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해 현재 170여대를 운용하고 있는 공군의 주력 전투기이지만, 현대의 네트워크 중심전에서 정밀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항전장비의 노후화로 유지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공군이 방사청을 통해 성능개량 작업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두 업체가 돌연 당초 사업비보다 8,000억원의 증액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방사청은 두 업체의 요구가 터무니없다고 판단해 사업파트너를 록히드마틴으로 바꿨고 일방적으로 합의각서를 이행하지 않아 전력화에 차질을 빚은 만큼 두 업체가 신속히 입찰보증금을 지급하라고 맞섰다. 이에 BAE사는 입찰보증금을 내라는 우리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지난해 10월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레이시온사는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에만 입찰보증금을 지급하겠다며 버텼다.
방사청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미국 업체의 적반하장격 대응을 무력화하기 위한 맞불작전 성격이 강해 보인다. 방사청이 전례없이 정면대응에 나서자 오히려 미측에서 곤혹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방부 주변에서는 그 동안 미국 방산업체들에게 저자세로 일관해 온 방사청을 향한 비판도 적지 않다. 방사청은 2010년 SM-2 미사일의 불량을 확인하고도 지난해부터 10여차례 보상 협의에만 소극적으로 매달리다 국회 국방위로부터 법적 소송이라도 불사해 해결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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