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바베이도스 육상 대표 포르데, 빌려 신은 육상화 연습 도중 찢어져
도움 받은 3000원으로 수선해 출전
맨몸으로 온 아이티 태권도 알티도르, 광주 시민단체 도움으로 장비 마련도
“신이 주신 달리기 재능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겠다.”
바베이도스 육상 국가대표로 팰런 포르데(25)가 6일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포르데는 남아메리카의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 출신으로 총 28명의 선수단에 포함돼 광주 땅을 밟았다. 단거리가 주종목인 포르데의 기록은 100m, 200m 각각 10.5초, 20.8초이다.
포르데는 육상 선수가 되기 위해 가장 큰 적인 가난과 싸워야 했다. 6명인 포르데 가족의 한 달 수입은 1,140달러(128만원)에 불과하다. 명색이 국가대표지만 정부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포르데는 200달러에 달하는 육상화조차 가질 수 없었다. 이번 대회에는 친구가 신던 신발을 얻어 신고 출전하게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지원 받는 선진국의 선수들과는 출발선부터가 달랐다.
하나뿐인 육상화도 훈련 중에 찢어져버렸다. 새로운 신발을 구입할 여유가 없는 포르데는 신발 앞코를 꿰매 신고서라도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포르데를 전담 지원하는 ‘아타쉐’ 신성식씨는 “포르데가 찢어진 신발이 경기 규정에 어긋나 출전하지 못할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대회 아타쉐들이 3,000원을 기부해 근처 구두방에서 육상화를 수선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르데의 어려운 상황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포르데는 “정부나 협회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경기장 이동, 운동장비, 부상관리 등에 어려움이 많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포르데는 광주유니버시아드를 발판 삼아 내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육상선수로 대학을 졸업해 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도 그의 또 다른 꿈이다.
중남미에 위치한 아이티도 2010년 대지진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 23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태권도 대표로 출전한 말켄슨 알티도르(27)도 그 중 한 명이다. 알티도르의 가족은 당시 지진의 피해로 아버지와 터전을 잃었다. 아이티에 위치한 태권도장의 권유를 받아 2006년 태권도 1단을 땄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시련으로 생계조차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태권도 종주국에서 열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알티도르에게 다시 오지 않는 기회였다. 알티도르는 이번 대회에 감독, 코치는 물론 보호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출전했다. 태권도복과 맨주먹이 전부였지만 다행히 광주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8일 열리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아이티 대학선수권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알티모스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아이티의 ‘태권전사’로 이름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광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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