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에 조류 경보 확대
잠실~동작대교 구간마저 발령
농도도 기준치의 30배 넘어서
“비가 100㎜ 내려도 소용 없어요. 비바람 몰아치는 태풍이 휩쓸고 가기만을 애타게 기다릴 밖에요.”
한강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한 서울시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한강에 사상 최악의 녹조 현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많은 양의 비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어서 태풍이 올라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7일 오후 2시를 기해 잠실수중보 하류 전 구간에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잠실-동작대교 구간마저 경보 기준을 초과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양화-행주대교 구간에 처음으로 조류경보가 발령된 뒤 점차 상류 쪽으로 경보 구간이 확대되고 있다. 또 암사지점의 측정치가 주의보 수준을 넘어서 잠실수중보 상류인 강동대교-잠실대교 구간에는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조류의 농도도 더 짙어지고 있다. 성산대교 지점의 남조류세포수는 지난 2일 ㎖당 3만3,000개에서 지난 6일에는 15만500개까지 늘어 조류경보 기준(㎖당 5,000개)의 30배를 넘어섰다. 이번에도 잠실 수중보 하류에서는 독성물질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틴-LR이 안전기준치인 ℓ당 1㎍(마이크로그램ㆍ100만분의 1g)을 2배 이상 넘게 검출됐다.
서울시는 이번 녹조의 가장 큰 원인을 팔당댐의 방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강 상류가 40여 년만의 가뭄에 신음하면서 팔당댐은 지난달 17일부터 방류량을 초당 평균 128톤에서 80톤으로 줄였다. 시 관계자는 “흐르는 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유속이 느려지고 그만큼 햇빛을 오래 받은 강물은 수온이 올라 녹조가 발생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내린 단비마저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5~26일 서울에 내린 첫 장맛비의 강우량이 20㎜ 안팎에 그치다 보니 오히려 녹조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를 강으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줬다는 것이다. 이후 비 소식이 뚝 끊기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실제로 한강의 녹조는 장맛비가 그친 뒤 27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팔당댐 방류량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기댈 수 있는 건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뿐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던 9호 태풍 찬홈은 대만으로 방향을 틀었고, 찬홈이 밀어 올린 장마전선에 의한 8,9일의 예상 강우량도 서울 경기 지방엔 5~10㎜에 불과해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찬홈을 뒤따라 오르던 10호 태풍 린파는 대만 부근에서 소멸이 예상되고 있다. 7일 오후 현재 괌 동쪽 해상을 지나고 있는 11호 태풍 낭카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이마저도 한반도를 빗겨갈 경우 한강의 녹조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시는 2차 생태계 오염 등이 우려돼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황토 사용 방제’까지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태풍이 많은 비를 몰고 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녹조 해소 방안이다”면서 “혹시라도 상수원에 조류가 발생하더라도 시는 6개 고도정수처리장에서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수돗물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만큼 시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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