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디밴드 무도 출연 계기 돌풍, 음원 100위권 밖 → 10위권 수직 상승
"흑인음악풍 록 음악 흡인력" 보컬 오혁 음색·창법 젊은층에 인기
인디 밴드 혁오(오혁ㆍ이인우ㆍ임동건ㆍ임현제)의 돌풍이 무섭다. 지난해 9월 데뷔 직후부터 인디음악계에 화제를 몰고 다니던 이들은 4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을 계기로 음원 순위 10위권을 장악하고, 빅뱅과 겨루는 인기 가수로 떠올랐다. 음악 팬들을 사로잡는 혁오의 마력은 무엇일까.
방송 직후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100위권 밖에 있던 이들의 노래 ‘와리가리’ ‘후카’ ‘위잉위잉’이 순식간에 10위 안으로 치솟았다. 7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일간 가수 인기 순위에선 엑소와 아이유를 제치고 2위에 올라있다. 그 위는 빅뱅뿐이다. 데뷔한 지 1년도 안 된 인디 밴드가 하루아침에 아이돌 톱스타들과 어깨를 겨루게 된 것. ‘무한도전’에서 가수 이적은 혁오를 “빠른 리스너들이 좋아하는 핫한 뮤지션”이라고 소개했고, 윤종신은 “대안을 제시할 밴드”라고 치켜세웠다.
혁오는 인디 음악계에서는 이미 스타다. 데뷔 EP(미니앨범) ‘20’은 올 초 품절돼 현재 중고품이 1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5월 발매된 두 번째 EP ‘22’도 한 달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지난달 열린 레코드페어에선 500장 한정 제작한 ‘판다 베어’ 7인치 싱글이 현장판매 3시간 만에 매진됐다. 5월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선 수용인원 1,200명이었던 공연장에 1,800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쳤다. 독립레이블 겸 음반매장 김밥레코즈의 김영혁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홍대 인근에선 혁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며 “‘22’는 발매 2주 만에 품절이 됐고 소량의 추가 물량도 곧바로 품절됐다”고 말했다.
혁오의 급부상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팬들의 갈구를 증명한다. 이들의 음악은 인디 음악의 주류인 록이나 일렉트로닉 또는 싱어송라이터 중심의 포크 팝과 거리가 멀다. 굳이 장르를 규정하자면 흑인음악 풍의 록 음악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4인조 밴드 편성이면서도 전형적인 록이 아닌 흑인음악에 뿌리를 둔 점이 젊은 층을 끌어들인다”며 “인디 음악계도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인디밴드 '혁오'의 Comes And Goes(와리가리)
특히 보컬 오혁의 독특한 음색과 창법이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미 국내에 흑인음악이 많지만 이와는 다른 네오솔에 기반한 오혁의 창법을 영국·북유럽의 서늘하고 세련된 사운드로 풀어낸 점이 20, 30대 여성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고 풀이했다.
이미 기획사 시스템이 자리잡은 인디 음악계지만 혁오가 그 바깥에서 출현한 점도 눈에 띈다. 혁오 밴드의 핵심인 오혁은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자란 뒤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에 돌아와 신발가게에서 일했다. 당시 매장 매니저가 인디 레이블 캐시미어레코드 프로듀서에게 그를 소개해 데뷔작 ‘20’을 냈다. 기획사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오혁 원맨밴드의 작품이었다. 이후 장기하와 얼굴들이 소속된 두루두루AMC에 둥지를 틀고 두번째 EP를 내놨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배출한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2010년 전후로 인디 음악계에서도 클럽 공연보다 레이블을 통해 데뷔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혁오는 그런 시스템 밖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이 크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기획사의 도움 없이 이름을 알렸다. 김영혁 대표는 “혁오의 등장은 CD나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SNS로 다양한 음악을 듣고 퍼트리는 세대가 창작자로, 소비자로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바꿔나가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과 같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 인디밴드 '혁오'의 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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