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법 마침내 국회 통과
개인들 온라인으로 투자, 창업 기업은 자금조달 쉬워져
벤처기업 배상책임 능력 우려 등 위험 요소 커 신중히 접근해야
이른바 크라우드펀딩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직접투자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업ㆍ벤처기업이 온라인 중개업체를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를 받는 것으로, 창업 단계 기업들의 성장자금 조달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거래소에서만 가능했던 기업 지분투자 기회가 늘어나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추구해볼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성장성에 기대는 위험투자인 데다가 제도를 악용한 투자사기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비상장주식 투자 효과
7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오는 11월 사업자 등록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지 2년 여만에 통과된 이번 개정안은 크라우드펀딩 사업자를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규정해 투자중개 자격을 부여하고 관련 특례조항을 신설한 것이 골자다.
창업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규제는 일반 투자중개업에 비해 대폭 완화된다. 최저자본금은 일반 사업자(30억원)보다 낮은 5억원이고 인가 대신 등록으로 설립이 가능하다. 준법감시인 선임 등 영업상 의무도 면제된다.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금 마련에 나설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받는 등 서류제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금융위는 창업기업 위주로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세부 기준을 담은 시행령을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벤처업계는 “벤처캐피털, 앤젤투자자 등으로 한정됐던 자금 공급처가 확대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후원형 크라우드펀딩(투자 대가로 기업상품 등을 받는 것) 사업을 하는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우리 회사에 펀딩 문의를 하는 기업이 매달 400~500개에 이를 만큼 벤처·창업기업의 자금 수요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대표는 또 “크라우드펀딩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회사의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며 시중자금의 활발한 유입 가능성을 점쳤다.
투자한도 연 500만원, 1년간 전매 못해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은 투자 손실 우려다. 특히 자금 유치에 나선 기업이 단독 혹은 펀딩업체와 짜고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일 경우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정법안엔 다양한 투자자 보호장치가 포함됐다. 기업의 증권 발행(자금 유치) 한도는 연 7억원으로 제한되며 1년 간 보유지분 매도가 금지된다. 일반투자자는 연 500만원, 고소득자(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연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데 사들인 지분은 2차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1년 간 전매가 금지된다. 크라우드펀딩업체는 자사가 중개하는 증권을 사들이거나 투자자에게 투자자문을 할 수 없다. 증권 발행 기업과의 유착을 막기 위해 단순 중개업무만 허용한 것이다.
법안은 그러나 투자피해 구제의 핵심인 손해배상 책임을 증권 발행 기업에만 물렸다. 이를 두고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과연 배상 책임을 이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가 적지 않다. 당초 법안 심의 과정에선 크라우드펀딩업체도 사실확인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시장 활성화에 저해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으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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