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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5, 6등급 1200만 타깃 '중금리 대출' 판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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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5, 6등급 1200만 타깃 '중금리 대출' 판 커지나

입력
2015.07.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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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금리 10% 내외 상품 봇물

저축銀도 우량고객 뺏길가 긴장

신상품 개발·제휴 등 생존전략 고심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달 말 한 시중은행에서 500만원을 연리 10% 정도에 대출 받았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김씨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년에는 급한 돈이 필요해 은행을 찾았는데 저축은행 대출 이력으로 등급이 낮아 발길을 돌려야 했고, 결국 한 캐피탈사를 찾아 연 22%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직장도 있고 연체를 한 적이 없는 데도 지금껏 2금융권에서 20% 넘는 이자로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최근에는 은행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대출영업을 해온 은행들이 최근 들어 연리 10% 내외의 신용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중(中)금리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저축은행들도 중금리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향후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가세할 경우 중금리 시장이 금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들의 참여가 미미한 수준인 데다 영역 침범을 우려한 저축은행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중금리 시장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7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NICE평가정보와 대부업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 중간층인 5~6등급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등급 인원 4,342만명 가운데 1,216만명(28.0%)인 것으로 조사됐다. 1~4등급 2,604만명(59.9%)보다는 적지만 7등급 이하(523만명·12.1%)보다는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문제는 그간 1,200만명에 달하는 중신용자들이 대출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1~4등급은 은행권에서 연 4~5%의 금리를 적용받는 데 비해 5~6등급의 경우 주로 7등급 이하와 같은 부류로 분류되면서 연 20%가 넘는 이자를 부담해왔다. 은행이 우량 고객에 대한 대출 경쟁에 몰두하는 가운데 저축은행이 20%대 고금리를 획일적으로 운용하면서 ‘금리 단층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속속 가세하면서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5월26일 모바일전문은행서비스인 위비뱅크(WiBee Bank)를 출시하면서 연 6~10%대 위비(WiBee) 모바일 대출상품을 선보였다. 서류 제출 없이 최대 1,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으로 신용등급 7등급도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 상품은 지난달 말까지 3,000여건, 총 120억원의 대출실적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비스 첫날에는 720만원에 그쳤는데 한 달이 지나면서 대출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2일 선보인 중금리 모바일 대출 ‘스피드업 대출’은 6일 기준 2,430건, 75억원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이나 사채보다 훨씬 낮은 이자로 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신청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내의 계열 저축은행과 연계한 중금리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인 KB저축은행은 기존의 중금리 대출인 ‘KB착한대출’을 이달 초부터 영업점 방문없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신한저축은행과 연계해 판매중인 기존의 중금리 대출상품 ‘허그론’의 취급 점포를 확대하는 등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은행들의 공세에 저축은행들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의 대상인 신용등급 5~7등급은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이지만, 금리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거나 지방은행 등 저축은행이 없는 1금융권과 제휴를 맺으려는 등 생존을 위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시장을 겨냥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초기에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우리은행의 위비 대출처럼 결국 소액 신용대출 모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직접 중금리 대출시장 진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금리대출 시장은 확대해야 하지만 서민금융지원을 위해 설립된 2금융권 등 업권별 균형발전 또한 중요하다”며 “중금리대출 시장의 건전한 정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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