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원 연봉 삼성 신인 구자욱, 팀 내 최고 타율로 '가성비 대박'
내·외야 4개 포지션서 멀티 활약, 류중일 감독 "히트상품 예상 적중"
프로 선수에게 연봉이란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다. 팀이 그에게 거는 기대치도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 신예 구자욱(22)은 이미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자신의 가치를 훨씬 뛰어 넘었다. 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받는 그가 전반기도 채 끝나기 전에 팀에 필수불가결한 선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대구고를 나온 구자욱은 2012년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해 2군에서만 뛰다 그 해 시즌 뒤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해 퓨처스(2군) 남부리그 타격왕을 차지하며 잠재력을 보여준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했다.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올해 73경기에서 타율 0.329, 9홈런 34타점 1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초보 1군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연봉 대비 활약을 고려해본다면 구자욱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올 시즌 전까지 1군 경험이 없던 구자욱은 이미 지금까지의 활약만으로도 올 한 해 몸값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 주자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6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연봉 2,700만원을 받는 선수는 구자욱이 유일하다. 그래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힌다.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 중인 그는 KBO리그 전체로는 8위에 올라 있다.
무엇보다 1군에 적응하면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4월까지 타율 0.259, 3홈런 13타점 4도루를 기록한 그는 스스로에게 ‘빵점’이란 점수를 매기면서 이를 더욱 악물었다. 당시 구자욱은 “점수를 주기 싫을 정도다. 아쉬운 게 너무나 많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곧 결과로 보여줬다. 5월 한 달간 타율 0.310, 3홈런 10타점을 올렸고 6월에는 타율 0.460, 3홈런 7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이달에 치른 5경기에서는 타율 0.375, 4타점 1도루를 기록 중이다.
팀의 위기엔 언제나 구자욱이 있었다. 올 시즌 삼성은 시즌 초 채태인을 시작으로 박한이 박석민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그때마다 구자욱의 활약이 빛났다. 고교 때까지 3루수가 주포지션이었던 그는 상무에서 외야수 훈련을 시작했고, 내ㆍ외야 모두 소화 가능한 멀티 요원이 됐다. 그는 올해 1루수와 3루수, 중견수, 우익수 등 네 개의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해내며 팀의 위기를 지워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자욱을 히트상품으로 예고했던 류중일 삼성 감독도 흐뭇해하고 있다. 류 감독은 “구자욱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해주고 있다”며 “4개의 포지션을 들어갔는데 다 괜찮더라. 타석에서 투수도 계속 상대하고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더 큰 선수가 되는 것이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 6일 발표된 KBO리그 올스타전 베스트 12 명단에서도 구자욱은 드림 올스타(삼성 SK 두산 롯데 kt) 1루수 부문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해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넥센 김하성(20)의 가장 유력한 대항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자욱은 여전히 스스로에게 인색하다. 주변에서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도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평가를 하기엔 너무 빠른 것 같다”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만족을 모르는 그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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