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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자 박근혜’

입력
2015.07.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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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친박 원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람이다. 경제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져 이 전 총재 권유로 정계에 입문, 대선 때 책사로 활약했다. 그는 당시 젊은 나이에도 ‘대쪽’ 이회창 후보 면전에서 쓴 소리를 자주했다.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수락하면서 내건 조건이 “할 말은 하겠다”는 거였다. 그는“주군을 모시는 게 아니라 동지적 관계로 생각했다”고 했다.

▦ 유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은 닮은 점이 많다. 아버지가 정치인으로 어릴 때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TK(대구경북)라는 정치적 텃밭도 같다. 자기 사람을 확실히 챙기는 보스 기질도 비슷하다. 지난 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승민 사단’의 만만찮은 위력을 보여줬다. 반면에 두 사람 모두 자기 편이 아닌 이들에게는 배타적이고 친화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듣는다. 유 원내대표는 동료의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까칠남”으로 인식돼있다.

▦ 두 정치인의 가장 비슷한 특성은 원칙주의 스타일이다. 옳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유승민이 ‘원조 친박’에서 밀려난 것도 원칙주의자끼리 부딪쳐 생긴 갈등이 원인이다. 지역구인 대구에서 유 원내대표는 소신 있고 강직한 사람이란 이미지가 형성돼있다. 지역 여론조사에서 TK를 대표할 정치인 1위에 올라‘포스트 박근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그를 콕 집어 “총선에서 떨어뜨려 달라”고 했으니 지역민들이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이 화해를 했으면 좋겠다”는 정서가 대부분인 이유다.

▦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로 정국이 2주일 동안 마비상태다. 웬만한 사람이면 진작 나가 떨어졌을 텐데 뚝심 하나는 대단하다 싶다. 그가 버티는 이유는 오로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왜 물러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은 변명이 아니다. “의총에서 원내대표가 됐으니 의총에서 결정하라”는 요구는 결국 관철됐다. 그가 사퇴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당 장악력은 단기적으로 강화되겠지만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손상됐고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박 대통령이 ‘남자 박근혜’라는 임자를 만난 셈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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