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김성근 한화 감독은 최근 배영수(34)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 냈다. 그는 "배영수가 (마운드에서) 긴장하고 있다. 주자가 나가고 안 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보인다"며 "이기려고 하면 번번이 돌아온다. 모든 일은 평상심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과연 현역 통산 최다승(127승) 투수에게 합당한 기회를 줬을까. 선발 투수라면 다음 등판을 어느 정도 예측하며 스스로 준비하기 마련인데, 배영수는 그러지 못했다. 누구라도 이 같이 들쭉날쭉한 등판에서는 잘 던지기가 쉽지 않다. 선수가 긴장하고 던지는 게 맞다면, 누가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배영수는 지난달 19일 마산 NC전에 선발 등판한 뒤 무려 15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것도 아닌데 김성근 감독은 그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의 등판인 지난 4일 대전 NC전에서 3⅔이닝 6피안타 3실점하자 김 감독은 배영수를 조기 강판시켰다. "평상심을 가져야 한다"는 멘트를 남긴 그 경기다.
투수들은 시즌 중 '경기 감각'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혹사 논란이 불거지더라도 차라리 경기에 나가 자신만의 감각을 잃지 않는 편이 낫다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보름 만에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잘 던지기 힘든 조건이었다. 모처럼 마운드에 올라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도 느꼈을 테다.
배영수는 지난달 28일 인천 SK전을 마치고 가장 늦게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선수들이 6-3 승리를 거두고 기쁨을 나누는 동안 불펜에서 홀로 공을 던지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등판이 미뤄지고 있는 그를 어떻게든 한 번쯤은 기용할 법도 했는데, 불펜 피칭으로 이를 대신했다. 선수의 경기 감각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배영수는 지난 5월14일에도 선발 등판이 유력했다가 뒤로 밀린 적이 있다. 당시 상대는 삼성, 경기 장소는 고향 대구였다. 승패를 떠나 야구 팬들에게 오래 기억될 장면을 선물할 수 있었다.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예정된 그의 선발을 취소시켰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배영수는 이틀 뒤인 16일 대전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6피안타 5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사진=한화 배영수.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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