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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니까, 더 섹시해

입력
2015.07.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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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시가드, 워터스포츠에 '딱'… 신축성 좋고 자외선 차단

몸매 보정 효과 탁월… 군살 눌러주며 보디라인 착시 효과

사이즈는 정확하게 더도 덜도 말고 몸에 꼭 맞아야

비키니 팬츠와 짝을 이루는 래시가드. 화려한 무늬와 색상으로 더없이 여성적이고 섹시하다. 토리 버치 제공.
비키니 팬츠와 짝을 이루는 래시가드. 화려한 무늬와 색상으로 더없이 여성적이고 섹시하다. 토리 버치 제공.

바닷가와 수영장과 워터파크를 망라해서 하는 얘기다. 현재 가장 세련되고, 섹시한 수영복은 뭘까? 대부분 비키니를 떠올릴 테지만, 아니다. 곳곳에 절개선(컷아웃)이 들어가 비키니보다도 아찔한 원피스 수영복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역시 아니다. 래시가드(Rash Guard)가 전 세계적으로 여름의 여심을 매혹해 버린 탓이다.

래시가드는 본래 일광 화상으로 인한 발진을 막아 주는 서퍼용 자외선 차단 티셔츠. 터틀넥에 팔목을 뒤덮는 소매까지, 노출을 일절 허하지 않는 보수적이고도 실용적인 운동복이다. 그런데 이 서퍼복이 섹시하다니, 도통 이해불가.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해변의 엄정화와 파파라치 컷에 담긴 제시카 비엘의 래시가드 사진을 보면 이내 생각이 달라진다. ‘이거 멋지고 섹시하잖아!’

제시카 비엘의 해수욕 사진은 래시가드가 왜 섹시한 수영복인지를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페임플라이넷.
제시카 비엘의 해수욕 사진은 래시가드가 왜 섹시한 수영복인지를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페임플라이넷.

실용적인, 그러나 스타일리시한

래시가드가 국내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건 7, 8년 전 피부가 약한 유아들을 위해 수영복 디자인에 처음 적용되면서부터다.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유아들이 물 속에서 오래 놀아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데다 피부보호 기능도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국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수입되다가 국내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하나 둘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서핑 천국 호주의 빌라봉, 록시, 베이비반즈나 미국의 퀵실버 같은 브랜드들은 본래 서핑복으로 유명한 브랜드들. 하지만 토리 버치나 스텔라 맥카트니(아디다스 협업) 같은 브랜드 디자이너와 제이크루, 갭 같은 캐주얼 의류 브랜드까지 래시가드를 내놓는 상황은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국내에서도 노스페이스, 헤드 등 스포츠ㆍ아웃도어뿐 아니라 데이즈데이즈, 리바플로우 같은 토종 브랜드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래시가드 열풍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헤드는 전년 대비 500%나 생산 물량을 늘렸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착용감과 신축성이 좋은 고기능 아웃도어 원단에 자외선 차단 기능으로 피부 그을음, 화상, 노화 등을 방지해주는 래쉬가드는 물기가 빠르게 스며들고 마르는 흡습ㆍ속건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며 “휴가지에서 활동적이면서도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워터스포츠에 최적화된 아이템”이라고 인기를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 실용성만을 목적으로 래시가드를 입는 사람은 없다. 래시가드에 열광하는 여성들이 서핑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나 입던 래시가드가 수영복 트렌드의 왕좌에 오른 것은 심미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얘기다. 서핑으로 인한 찰과상과 선번을 막기 위해 고안된 래시가드에 여성스럽고 귀여운 색상과 프린트가 다채롭게 가미되면서 실용과 심미라는 상반된 두 기능이 결합하게 됐다. 과감한 트로피컬 프린트나 잔꽃무늬는 여성스러운 느낌을 끌어올리고, 허리나 어깨 부분을 파낸 컷아웃 스타일과 배꼽 위로 깡충 올라가는 크롭탑 스타일은 각각 섹시하고 귀여운 느낌을 낸다. 서퍼 레깅스 대신 비키니 팬티와 짝을 이루는 래시가드가 종종 패시가드(fash guardㆍ패셔너블한 래시가드)로 불리는 이유다.

소매와 몸통의 색상을 달리한 나그랑 디자인의 래시가드. 노스페이스 제공
소매와 몸통의 색상을 달리한 나그랑 디자인의 래시가드. 노스페이스 제공

‘나는 운동하는 여자다’

래시가드로 해변에서의 아름다움을 뽐내려는 욕구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어서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29일 ‘왜 A급 스타들은 해변에서의 피부 노출을 멈췄나?’라는 제목으로 래시가드 열풍을 분석했다. 기사 속에서 미란다 커, 알레산드라 앰브로시오, 리즈 위더스푼 등 수많은 해외 스타들이 비키니의 드러내기 대신 래시가드의 가리기를 선택했다.

래시가드의 몸매 보정 효과는 탁월하다. 스판덱스 특유의 탄탄한 질감이 군살을 눌러주고, 배색과 봉제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슬림한 보디라인으로의 착시를 쉽게 유도할 수 있다. 노출에 부담을 느끼는 한국 여성들이 가리면서도 섹시해 보일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인 셈이다. 특히 상체가 압도적으로 부각되는 디자인이 시선을 위쪽으로 몰아주기 때문에 하체가 짧거나 굵은 동양 여성들에게 좋은 대안이 된다.

비키니 위에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해야 하는 커버업을 집어던지고 자유롭게 물 안과 밖을 오갈 수 있다는 점도 래시가드의 장점. 하얀 피부에 대한 집착이 ‘K-뷰티’의 약진을 이끌어냈을 정도로 강하다는 문화적 특징도 가리기 욕구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래시가드 붐은 애슬레저(Athleisure)라는 스포츠룩의 강력한 유행의 자장 아래 있다. 운동과 레저의 합성어인 애슬레저는 운동화와 레깅스를 출근 복장으로 합법화하며 활동성과 실용성을 미의 범주 안으로 강력하게 포섭했다. 운동하고 출근하고 퇴근 후 여흥을 즐기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의복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 이 스포츠룩은 날씬한 몸의 정의를 지방이 없는 몸에서 잘 발달된 근육이 있는 몸으로 변환시키는 의식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래시가드를 입은 여성의 섹시한 아름다움은 “운동을 즐기는 여성의, 남의 시선에 무심한 듯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나온다”는 게 뉴욕포스트의 분석이다. 끈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아슬아슬한 비키니가 상상의 여지를 조금도 남기지 않는 데 반해(이 비키니는 노출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성을 꽁꽁 묶어 놓는, 수동적인 관상용 의복이기 쉽다) 래시가드는 피부에 밀착해 몸매를 드러내면서도 해변에서 얼마든지 활동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울트라모던한 수영복 패션이라는 것이다.

수상 스포츠의 인기도 영향을 미쳤다. 5, 6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서핑 인구는 100여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명까지 집계되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핑을 즐기는 여성이 특이하기보다는 시크해진 시대다.

잔잔한 꽃무늬 패턴이 사랑스러운 래시가드.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제공.
잔잔한 꽃무늬 패턴이 사랑스러운 래시가드.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제공.

사이즈와 패턴이 알파와 오메가

래시가드를 근사하게 소화하려면 사이즈를 정확하게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이즈가 크면 스판덱스를 사용하는 원단 특성상 옷에 주름이 잡혀 활동하는 데 불편하고, 너무 작으면 움직일 때마다 옷이 올라가거나 몸에 끼어 신체활동에 제약이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찾아야 편안하면서도 맵시 있게 래시가드를 소화할 수 있다.

체형별로도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아디다스 트레이닝 담당 홍수연 차장은 “허리에 살이 많거나 일자 허리인 체형은 허리라인에 주름이 잡혀 있거나 진한 색상의 배색이 들어간 래시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상체에 볼륨이 적다면 가슴에 프린트가 있거나 줄무늬 패턴의 디자인을 선택하면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다. 어깨가 넓은 여성은 어깨를 경계로 몸통과 소매의 색깔을 달리한 나그랑 스타일이 아담해 보일 수 있는 방법. 허리는 날씬하지만 팔뚝살이 많다면 크롭탑 스타일의 긴 소매 래시가드가 좋다. 디자인에 차별성을 추구하고 싶다면, 크롭탑에 하이웨이스트 반바지를 입거나 원피스 스타일의 올인원 래시가드를 추천할 만하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2015 미스코리아 후보 프로필에서 만나는 래시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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