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인 태산이와 복순이가 그물에 잡혀온 지 6년 만에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다. 2013년 태산, 복순이와 마찬가지로 불법 포획됐던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가 바다로 돌아간 지 2년만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 사이 국내에서 33마리의 돌고래가 또 다시 수족관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동물은 돌고래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는 지난 5월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에 회원자격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매년 돌고래를 사냥하는 와카야마(和歌山)현의 다이지(太地)에서 잡는 돌고래를 반입하지 않는 것을 회원 회복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본 어부들이 만으로 몰아넣고 작살로 사냥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돌고래를 잡고, 이렇게 잡은 돌고래를 일본 수족관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잡은 돌고래를 고기로도 팔고, 또 외모가 예쁜 돌고래를 골라 순치과정을 거친 후 세계 각국에 판매하고 있다. 일본 JAZA는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 회원으로 남는 길을 선택했고 많은 동물단체들은 이 결정을 반겼다.
하지만 오는 9월에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은 계속될 것 같다. 다이지 어부들은 “돌고래 잡이는 와카야마 현의 합법적 어업 행위다. 다이지 주민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산업으로 빼놓을 수 없다”며 돌고래 잡이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일본 내에서도 다이지에서 잡은 돌고래가 중국 한국 러시아로 수출되는 등 세계 각지에서 수요가 있다며 일본만 문제삼지 말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이지 돌고래 잡이는 한국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지난 5월 핫핑크돌핀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족관 8곳에 총 46마리의 돌고래가 있는데 이 가운데 70%인 32마리가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온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이
지 돌고래 수입 4위 국가다. 문제는 국내 수족관 5곳이 WAZA에 가입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다이지에서 또 돌고래를 들여와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국제적인 비난 때문에 다이지에서 돌고래를 들여오는 것이 어렵게 되자 수족관내 번식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번식 성공률은 현재까지 매우 낮다. 또 수족관 내 번식은 근친교배로 인해 돌고래의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질 위험도 있다고 한다. 번식이 성공한다고 해도 평생 수족관에서 살아야 하는 돌고래의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또 바다에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채 야생성을 잃은 돌고래가 ‘진정한 돌고래’라고 할 수 있을까.
다이지 어부들이 돌고래를 잡는 이유, 또 수족관 업체들이 돌고래 번식에 목을 매는 이유는 사람들이 수족관 속 돌고래를 찾기 때문이다. 이는 수억 원의 비용과 힘든 야생적응 훈련을 통해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 결국 돌고래 전시, 쇼를 보러 가지 않는 것이 제2의 태산이, 복순이를 만들지 않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도쿄=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