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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선] 소비자가 편하면 무조건 '장땡'일까

입력
2015.07.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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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 때문에 쿠팡이라는 회사에 대해 공부를 해야만 했다. 참고로 필자는 자타공인 lazy adopter(유행에 둔감한 사람)이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도 잘 안 하는 편이고, 쿠팡이라는 사이트도 이름만 들었을 뿐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의 숨은 권위자인 여동생에게 자문을 구했다. 논외지만 얘는 온라인 쇼핑을 통해 소매없는 티셔츠 하나를 사도 어쩜 그리 천도 도톰하고 고급스러운 것을 잘도 사는지. 난 어쩌다 한 번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면 두 번은 못 입을 것들만 고르게 되던데. 암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감별 능력이 유독 뛰어난 녀석이다.

아무튼 이런 사유로 동생에게 자문을 구했다.

나 : 애기야(동생도 벌써 30대 중반이고 이 녀석이 낳은 아들이 지난 달 첫돌을 맞이했건만, 우리 집 막내라는 이유로 얘는 언제나 “애기”로 불린다), 너 쿠팡 알아?

동생 : 엉 왜?

나 : 좋아?

동생 : 엉 겁나 편해.

나 : 뭐가?

동생 : 일단 가격들이 조금 더 싸고, 제일 좋은 건 쿠팡맨이라는 사람들이 로켓배송을 해 줘. 그래서 되게 빨리 오고, 배송해 준 다음에도 배송완료 했다고 사진까지 찍어서 문자로 보내줘.

그렇다고 진짜 로켓으로 배달해주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진짜 로켓으로 배달해주는 건 아니다.

동생은 이렇게 말하며 내게 그 쿠팡맨이 보내 준 사진을 보내줬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맞벌이 가정이나 혼자 사는 가정에게는 매우 구미가 당기는 배송임에 틀림이 없었다. O2O 서비스(online to offline)에서의 생명은 offline과의 신속한 연결이 아니던가. 그런데 로켓배송이라…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구나’ 하면서 로켓배송을 검색해보니, 그런데 이게 단순히 “내가 편해서 좋다”는 생각을 넘어 굉장히 논란이 많은 배송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기존 택배업체들이 로켓배송은 운수업법의 적용을 피하는 탈법 운수업이라면서 반기를 들고 있었다. 기존 택배업체들은 허가 받은 화물차(이런 차에는 택시처럼 “노란색 번호판”이 부여된다)만을 가지고 운수업을 할 수 있고, 화물차 하나 증차하는 데에도 별도의 허가가 필요해서 차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데, 쿠팡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구입한 흰색 번호판의 화물차를 통해 마음대로 배송을 하니 이것은 엄연한 운수업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9,800원 이하 물건에 배송비를 받는 것은 불법 운수업이라는 유권해석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 같은 정리는 한시적일 뿐이고, 분명 로켓배송 문제는 아직 완벽히 정리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터져도 터질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의 입장에서 난 로켓배송을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 물류업체들의 반대에 동조할 것인가. 그러고 보니 이런 식으로 고민을 해야 할 사건들이 왕왕 있었다.

쌀개방 문제가 그랬고, 대형유통업체 문제, 우버 논란이 다 매한가지이다.

난 이 문제에 있어 모두 소비자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난 당연히 “싸고 질 좋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쪽이 당연히 편하다. 일례로 난 재래시장에서 좋은 물건을 감별할 능력도 없고 상인들의 기싸움에서 이길 자신도 없다. 반면 대형유통업체는 더울 땐 시원하고 추울 땐 따뜻하다. 직원들은 모두 친절하고, 물건은 다양하며, 아무 것도 안 사고 나가도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당연히 대형마트가 편하다.

친절하신 택시기사님도 많았으나, 다들 한 번씩 말도 안 되는 택시기사들의 횡포를 겪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택시기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고 화풀이를 당한 적도 있다. 택시를 잡을 때마다 도로에 나가 주변의 다른 승객과 눈치작전을 펼치며 “제발 오늘의 택시기사는 친절하고, 택시 안 에서 이상한 냄새도 나지 않기를…”하고 속으로 기도하곤 했다. 하지만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원이 확실한 고급승용차가 우리 집 앞까지 데려다 주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로켓배송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온라인 쇼핑을 잘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배송을 기다리기 싫어서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내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것도 싫어서다. 그런데 로켓배송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준다. 맞벌이 가정 혹은 1인 가구가 많은 도시에서 선호될 수밖에 없는 배송 시스템이다.

지난달 프랑스 택시기사들의 '우버' 단속 촉구 과격 시위가 일어난 파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프랑스 택시기사들의 '우버' 단속 촉구 과격 시위가 일어난 파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런데 이렇게 소비자 입장에서 편한 판매 형식은 늘 기존 공급자들의 극렬한 반대를 맞이해야만 했다. 쌀개방 문제가 그러했고, 대형유통업체 문제는 지금도 싸우고 있으며, 우버도 서울시에서 아예 금지시켰다. (서울은 양반이다. 파리 택시업자들은 우버 영업을 하는 차량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왜? 간단하다. 생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은 이들의 싸움을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취급하며 흔히들 “이기적”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소비자들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으므로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고백한다. 나 또한 한 때 그랬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편의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답을 모르는 것들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아지고, 정답은 희미해진다.

그럼 반대하는 그 사람들이 돈이라도 많이 벌고 있는가? 농민들이 쌀을 판다고 해서, 소상공인들이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닭고기를 판다고 해서, 택시기사들이 운전을 해서 떼돈이라도 벌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데 기존의 그 판매방식에 심각한 위해가 될 새로운 판매방식이 갑자기 편입될 때 그들로서는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데, 반대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인가, 바로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 그것도 만일 자신들은 기존 법의 규제 때문에 마음껏 영업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영업방식을 이용해 기존 법의 규제도 피하고 있는 것이라면? (로켓배송, 우버, 에어비앤비 등).

영업방식은 당연히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춰 말이다. 그런데 그게 누군가의 생계권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위약한 경쟁자들이 자가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자꾸 든다. 그 덕에 택시는 카카오택시 등으로 발전해서 굉장한 편의를 주고 있고, 재래시장도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소비자들 보고 무작정 참고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소비자 또한 그 어떤 산업의 공급자이듯, 기존의 공급자들이 변모할 수 있는 시간을 아주 조금은 허락해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저 소비자의 편익만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 공급자 입장에서 또한 “이기적”이라 보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모르겠다. 아직도 정답이 정확히 내려진 것은 아니다. 아마 몇 년 후 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가 편했다. 쉽게 정답을 내려도 다들 어려서 그런 것이라고 다들 이해해줘서 좋았다. 황희 정승이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라 했던 때가 나이 70세였던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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