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너를 사랑한 시간'
과유불급,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 안방극장 드라마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지상파 3사, 케이블, 종편 채널 드라마들의 카메오 출연이 봇물이 이루면서 과유불급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들에는 매일이다시피 누가 카메오로 참여하느니, 특별출연으로 의리를 보여줬다느니 하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어느 드라마가 더 많이 섭외하고, 소위 말하는 A급 스타들이 나오는지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 KBS2 '프로듀사'
지난달 종영한 KBS2 '프로듀사'에는 방송 12회 동안 무려 54명의 카메오가 얼굴을 비췄다. 첫 회 윤여정, 황신혜, 금보라, 현영,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마지막회 송해까지 출연하며 '카메오 어벤져스'란 평을 들었다. 실제 스타들이 실명 그대로 출연한 경우야 예능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고 치더라도 소녀시대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장면에, 장혁과 이천희는 공효진의 전남친들로 출연했다. 54명의 카메오를 또렷하게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까. '프로듀사'가 실존하는 KBS 예능국이 배경이긴 하나 굳이 스타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나왔어야 할 만한 흐름은 아니었다.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 역시 빼먹지 않고 매회 카메오를 투입하고 있다. 여주인공 하지원의 눈물을 빼게 한 엘(인피니트)을 비롯해 홍석천 윤상현 추성훈 온주완 황석정 신은경 등이 기꺼이 얼굴을 내비쳤다.
지난 2일 끝난 MBC 수목극 '맨도롱…'은 16회 동안 12명의 카메오가 거쳐갔다. 소지섭 서현 이휘향 최재성 김광규 김원효-심진화 부부 손호준 등 알차게 특별출연을 했지만 이로 인한 시청률 상승이나 화제성은 크지 않았다.
▲ MBC '맨도롱…'
실명을 밝히지 않은 한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의 시청률 경쟁 및 해외 콘텐츠 판매 등이 활발해지면서 카메오의 투입이 어느 때보다 양적, 질적으로 많아졌다. 카메오는 극에서 중요한 인물로 작용하는데 인지도가 없는 사람으로 섭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단번에 눈길을 끌만한 이들을 출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심야식당'에도 매회 카메오가 나온다. 심혜진을 비롯해 강두 지진희 오지호 남지현이 스페셜 게스트 출연을 확정했다. '심야식당'은 보도자료에서 '매회 특별한 손님들이 심야식당을 찾아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밝혔다. 손님이 드나드는 줄거리상 카메오가 나오기 적합해 스페셜 게스트든, 카메오든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 SBS '심야식당'
최근 한 장르 드라마는 재미난 양념의 요소로 한 카메오를 섭외했다 낭패를 봤다. 충분히 인지도가 있고 남다른 캐릭터가 잡혀있어 캐스팅했지만 연기력이 너무나 떨어져 대부분의 장면이 편집됐다. 제작진은 물론 카메오 출연한 스타까지 실망만을 맛봤다. 한 관계자는 "카메오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시청자, 제작진, 팬, 스타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 오히려 드라마에 오점이 됐다"고 말했다.
카메오 출연이 왜 이렇게 잦을까. 한 방송 관계자는 "제작진 만족을 위해"라고 일축했다. 한류스타, 스타 PD와 작가가 붙었다고 해서 드라마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한번이라도 화제가 되기 위해 카메오 장치를 활용한다.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 출연진, 제작진과의 인연과 친분을 활용해 카메오를 출연시킨다. 이 관계자는 "방송 실무자들 사이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지옥의 악마라도 카메오로 데려온다는 소리가 있다. 카메오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종의 진통제다"고 비유했다.
그럼에도 카메오의 순작용은 여전히 확인된다. KBS2 월화극 '너를 기억해'는 1~2회에서 엑소의 도경수(디오)가 더할 나위 없는 카메오로 맹활약을 펼쳤다. 도경수는 '너를 기억해'의 제작사 CJ E&M과의 인연으로 출연했다. CJ E&M은 도경수가 출연한 '괜찮아, 사랑이야'의 제작사다. 도경수는 극중 사이코패스로 나와 존재감을 과시했다. 극초반 시선을 끌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카메오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 전개와 상관없이 나오는 카메오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굳이 단역을 쓸만한 역할까지 카메오를 남발해 거꾸로 드라마 본편을 잡아먹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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