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실무접촉서 합의
서해 직항로 통해 평양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다음달 5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다. 광복 70주년 8ㆍ15 공동행사를 목전에 두고 이뤄지는 방북인 만큼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김성재 이사 등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은 6일 개성공단에서 맹경일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의 실무접촉단을 만나고 돌아온 뒤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북측에서 먼저 이 여사의 건강을 염려해 서해 직항로를 통한 항공편 이용을 제안해와 이 여사는 비행기를 타고 방북길에 나서게 됐다. 비행기 제안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별 지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 국적의 전세기를 이용할지, 북측에서 고려항공을 제공할지는 추후 협의키로 했다.
서해 직항로 방북이 성사될 경우, 이 여사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방북 당시 이용한 동일한 루트로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 서해 직항로는 2008년 11월 우리 측 종교단체가 이용한 뒤 한동안 끊겼다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 북한의 고위층 3인방이 내려올 때 이용된 바 있다.
이 여사는 방북 기간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투숙하면서 아동병원, 평양산원, 보육원, 묘향산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정은과의 면담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 여사의 방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라 방북은 무난하게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갖고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통일부 당국자도 방북 해 물밑접촉에 나선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사안이 민간 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정부 측 인사가 방북단에 포함되는 것에 회의적이고, 이 여사가 과거 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하기엔 무리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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