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에 한번 꼴로 대책 내놨지만, 3주 연속 블랙프라이데이 악몽
어제 주가 반짝 상승했지만 3일 20조원 부양책 비하면 초라
中, 강력한 대책 내놓을 가능성… 펀드 투자자들은 관망 바람직
중국 증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3주 연속 ‘블랙프라이데이’(금요일마다 대폭락)를 연출하며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2조7,000억달러)이 증발했다. 중국 정부가 나흘에 한 번 꼴로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올 초 급등세로 거품이 낄 대로 낀 중국 증시의 앞날은 당분간 암울해 보인다.
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장 초반 8% 가까이 급등했다가 하락으로 반전한 뒤 다시 소폭 반등하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연출했다. 6% 가까이 급락했던 전 거래일보다 88.99포인트(2.41%) 오른 3,775.91로 장을 마쳤고 그리스 국민투표 부결이라는 외부 악재가 있긴 했지만, 중국 정부가 3일 20조원이 넘는 총력 증시 부양책을 내놓은 직후라는 걸 감안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부양책의 약발이 불과 하루 만에 소진될 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날 중국 선전종합지수 역시 급등락을 오가다 3% 가까이 빠졌다.
중국 증시는 3주 전부터 이례 없는 추락의 역사를 써오고 있다. 6월 19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각 6.4%, 7.4%, 5.8% 급락하며 3주 연속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3주간 조정 폭은 1992년 이후 23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지수는 5,000 붕괴(6월 16일), 4,000 붕괴(7월 2일) 등 무서울 정도로 내리꽂으며 6월 12일 고점(5,166.35) 대비 30% 가까이 빠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기린아였다. 올 초 이후 지난달 12일 고점까지 60% 가까이, 최근 1년간 151% 이상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10조달러를 넘어섰고, 미국(25조달러)에 이어 증시의 G2로 자리잡았다. 중국 현지 투자자만 1억명에 육박할 정도로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거품 얘기가 간간이 나오긴 했지만 거침없는 상승세에 파묻혔다.
급등에 따른 조정은 자연스럽지만 최근 중국 증시의 급락은 제동장치마저 걸리지 않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의 잇따른 대책이 도통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리스 위기 등 대외변수까지 불거지면서 변동성 확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중국 정부가 이달 들어 다양한 증시안정화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1일에는 거래세 30% 인하, 신용담보유지비율 완화 등 파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당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23포인트나 빠졌고, 다음달 결국 4,000선이 붕괴됐다.
3일 업계 관계자들까지 총동원해 발표한 증시안정화 대책 역시 아직 시장의 불안심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기업공개(IPO) 전면 중단 ▦증권사 순자산의 15%(1,200억위안)에 달하는 주식 매입기금 조성 ▦상하이종합지수 4,500포인트 이하에서는 증권사 임의매매 및 주식상품 매도 제한 ▦투자기관 자금공급부서인 중국 증권금융공사의 자본금 확충 등 지수 방어를 위한 수단을 망라했지만, 6일 증시는 기계적 반등에 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벌써부터 중국 정부가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중국 금융 정책이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증시 대책이 1929년 미국의 대공황 때 월가에서 내놓았다가 반짝 효과에 그친 조치와 판박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당시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해 증권사를 동원해 주식을 사들였지만 반짝 상승 뒤에 파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중국 증시의 급등락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 증시가 세계 증시의 기초체력이나 위험선호 등과는 별개로 자국 정책이나 경제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중국 증시가 급등할 때 국내 증시는 급락하는 등 상관관계가 낮았다.
문제는 중국 펀드 가입자나 뒤늦게 중국 주식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의 손실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펀드 투자자들은 당장 매도하기 보다 중국의 추가 정책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단 관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하락 억제 노력이 변동성 완화와 증시 반등 요인으로 작용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기자 jutdae@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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