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간 야생 적응훈련 성공 6년 만에 고향 돌아가
시민단체ㆍ관계자들 태산이ㆍ복순이 새로운 여정 축복
남방큰돌고래 태산이(20ㆍ수컷)와 복순이(17ㆍ암컷)가 마침내 진정한 자유를 되찾았다. 6년 전 그물에 잡혔던 고향 제주 바다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6일 오후 3시 50분쯤 태산이와 복순이는 제주시 함덕읍 함덕리 정주항 북동쪽 200m 해상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54일간의 야생 적응 훈련을 마치고 방류됐다. 앞서 풀려난 동료 제돌이를 찾아 넓은 바다로 떠나는 길이다.
방류 직전 가두리 앞쪽 바다에는 태산이와 복순이를 마중 나온 듯 야생 돌고래 몇 마리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동안 태산이와 복순이의 방류에 힘써온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동물자유연대 회원들과 야생 적응 훈련을 맡아왔던 서울대공원·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관계자 등도 이날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태산이와 복순이를 지켜봤다.
2년간 태산이와 복순이를 돌봐왔던 노정래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처음 서울대공원에 왔을 때는 먹이도 잘 먹지 않고 사람들을 피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앞서 방류에 성공한 동료인 제돌이를 만나 제주 바다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태산이와 복순이가 건강이 좋지 않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향인 제주바다에 돌아오자 마자 야생성을 회복하고 바다로 돌아갈 수 있어 너무 좋다”며 기뻐했다.
앞서 복순이는 2009년 5월 1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앞바다에서 제돌이와 함께 불법 포획됐다. 당시 어민은 1,500만원을 받고 제돌이와 복순이를 제주지역 돌고래 공연 업체에 팔아 넘겼다. 태산이도 같은 해 6월 25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앞바다에 포획돼 800만원에 역시 같은 공연 업체에 넘겨졌다.
그러나 2011년 이들 돌고래들이 불법 포획돼 공연업체에 넘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돌고래 쇼 중단과 야생 방류를 촉구하는 시민캠페인이 시작됐고, 2013년 대법원은 공연업체에서 돌고래를 몰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돌이는 서울시가 방류결정을 내린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먼저 돌아갔고, 당시 기형과 건강 문제 등으로 방류가 보류된 태산이와 복순이는 서울대공원에서 보호를 받아왔다. 이어 태산이와 복순이는 지난 5월 14일 야생 적응 훈련을 위해 서울대공원에서 제주시 함덕리 정주항 임시 가두리 시설로 옮겨졌다.
적응 훈련 기간 중 복순이가 유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바다 흐름을 익히며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등 빠르게 야생에 적응하면서 고향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순조롭게 마쳤다. 지난달 6일에는 먼저 방류된 제돌이를 포함해 돌고래 30여 마리가 가두리 주변을 배회하며 태산이 복순이와 교감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민관방류위원회는 태산이와 복순이의 기형, 장애, 심리 불안상태가 자연과 비슷하게 조성한 환경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아 최종 방류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돌고래들이 그물로 둘러싸인 가두리 내에서 생활하기보다는 하루빨리 자연으로 보내는 것이 태산이ㆍ복순이에게 더 나은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태산이와 복순이가 방류된 함덕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지나는 길목으로, 방류시 야생 돌고래와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방류 기념행사에 참석한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이제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시대로, 이번 태산이와 복순이의 방류를 계기로 정부의 동물복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으로 국내에서는 제주 연안에 1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12년 10월 정부가 남방큰돌고래를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함에 따라 공연 등 영리목적을 위한 포획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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