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녹조(綠藻), 바다의 적조(赤潮), 색깔이 달라서 그렇지 동일한 현상이다. 낙동강에 이어 한강에서도 녹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오늘부터 장맛비가 온다고 하니 한강과 낙동강의 녹조는 당국의 말마따나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남해안의 적조다. 지금의 한강ㆍ낙동강 녹조는 장마철 이후 닥쳐올 남해안 적조가 심각할 것임을 알려주는 전조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식물성플랑크톤(조류ㆍ藻類)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강 호소 등 민물에는 녹색 조류가, 바닷물에는 붉은색 조류가 많아 녹조, 적조가 발생한다. 물이 커피색으로 변하는 갈조(褐藻) 현상도 있다. 원인은 물의 부(富)영양이다. 육지의 무기물이 빗물에 섞여 따뜻해진 강과 바다로 흘러가 머물게 된다. 비가 찔끔 내린 뒤의 강과 호소, 장마철 직후의 연안바다가 문제다. 4대강 사업 이후 강과 호소의 흐름이 약해진 것도 녹조의 원인이다. 섬으로 둘러싸인 다도해에 적조가 많이 생기는 이유다.
▦적조는 자연현상이다. 성경의 출애굽기에도 ‘물이 핏빛으로 변하여 물고기들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시대에도(삼국사기), 세종시대에도(왕조실록) ‘붉은 바다, 물고기 떼죽음’ 기록이 더러 있다. 조류가 아가미에 끼어 호흡곤란으로 죽기도하고, 박테리아가 사체를 분해할 때 산소가 필요하므로 산소를 만드는 조류가 자연스럽게 급증하기도 한다. ‘붉은 바다’와 ‘물고기 떼죽음’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셈이다. 다른 동물성플랑크톤이나 조개류 등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녹조ㆍ적조를 막기는 어렵다. 무기물이 많은 오ㆍ폐수를 정화하여 내보낸다지만 한계가 있다. 황토를 뿌려 가라앉히거나 화학물질을 사용해 덩어리로 뭉쳐 일일이 건져내는 게 고작이다. 요즘의 날씨를 되돌아 보면 한강ㆍ낙동강의 녹조를 이해할 만하다. 같은 이유로 올해 장마 같지않은 장마가 끝나면 다도해 남해안의 적조가 기승을 부릴 것이고, 양식장의 피해가 커질 게 뻔하다. 옛 기록들을 보면 유독 홀수 해에 적조가 심했다. 2013년 피해가 극심했고, 올해가 2015년인 것도 조금 찜찜하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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