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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학생 줄 세우는 수능·일제고사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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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학생 줄 세우는 수능·일제고사 폐지해야

입력
2015.07.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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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로 학생 규정 반교육적 행태, 내년부터 일제고사 자율 시행 추진"

이재정 교육감은 6일 기자회견에서 "직업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시험을 보고 그에 따라 서열화된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일 역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이재정 교육감은 6일 기자회견에서 "직업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시험을 보고 그에 따라 서열화된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일 역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국가가 학생을 줄 세우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와 20여 년 대한민국 교육을 지배해 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폐지해야 합니다.”

지난해 7월 민선 3기 경기도교육감으로 취임해 ‘9시 등교’와 ‘교장ㆍ교감 수업’등 우리사회에 새로운 교육적 실험을 선도해온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재임 1주년에 즈음해 ‘일제시험ㆍ수능 폐지론’을 과감히 꺼내 들었다. “학생의 삶 파괴”, “국가의 비윤리적 행위”등 거침없는 수사를 동원하며 서열화 교육제도의 병폐를 꼬집고 나선 것이다.

이 교육감은 6일 수원 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 입시ㆍ시험제도는 학교교육의 특성화, 다양화는 물론 학생들의 꿈과 역량, 소질 등에 관계없이 점수로 학생을 규정하고 이를 진학 도구로 사용하는 반교육적 행태”라며 일제고사 등의 폐지를 촉구했다.

그는 일제고사에 대해 “일각에선 학업수준 평가와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가가 관장해 청소년들을 전국적으로 순위 매기는 ‘줄 세우기’의 수단일 뿐”이라며 “시험을 없애고 학교의 자치와 자율이 확대하지 않으면 교육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또“학생의 기초학력은 담임 교사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교사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교육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미리 차단하기도 했다.

수능시험과 관련해선 “지난 20여 년 학교 수업을 지배해 왔다”며 “학생 개개인의 미래와 꿈을 만들어가는 교육을 실현할 수 없는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육감은 성공회대 총장을 10여 년 역임한 경력을 거론하며 “더는 수능이 학생 선발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총장 때 수능이 (학생을 선택하는데)유용하다는 판단을 해본 적이 없다”며 “모든 학생이 같은 시험을 보고 그 결과로 진학하는 현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업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수단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그에 따라 서열화된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일 역시 앞으로는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능시험 반영을 최소화하려는 최근 대학들의 움직임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육감은 “서강대는 이르면 내년부터 정시를 폐지하고 수시 100%로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면서 “수시에서는 수능을 아예 반영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수능 등을 대체할 평가ㆍ선발 수단에 대해선 “대학과 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이 다양한 소통과정을 거쳐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학교의 특성화와 다양화, 지역적 색깔이 표출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일제고사와 수능시험 폐지를 올 하반기 정부에 건의하되, 일제고사는 당장 내년부터 시ㆍ도교육청 자율에 맡기도록 교육부를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전임 김상곤 교육감 때도 일제고사의 자율적 시행 방침을 추진하다 교육부의 반대에 부닥쳐 포기했었다. 조대현 대변인은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교육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교육감은 이날 회견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기간제 교사 고(故) 김초원(26ㆍ여), 이지혜(31ㆍ여)씨의 순직 인정 문제와 관련해 “공무원, 교사 신분에 맞는 예우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에 준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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