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ㆍIT회사ㆍ대학 10여 곳
공익 근무 중이라 결정 못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로 대기업과 국내 굴지의 IT기업, 대학 등에서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많이 왔습니다”
유명 사립대와 국립대 공대 졸업작품을 대신 제작해 판매해 경찰에 입건된 고졸 프로그래머 A(20ㆍ공익요원 근무)씨에게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범행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기업은 물론이고 IT기업, 벤처사업가, 대학 연구소 등에서 A씨를 돕고 싶다는 요청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국내 20여개 대학의 공대 졸업생 200여명에게 졸업작품을 대신 만들어 판매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모공업고를 졸업한 A씨는 고교 시절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서울시 주최 정보올림피아드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영재 교육을 수료하는 등 IT 분야 ‘수재’로 유명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자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어머니까지 병환으로 눕자 스스로 생활비마저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직접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후 대학 졸업작품을 대신 제작해주는 사이트를 운영해 1개당 20만∼50만을 주고 판매했다.
A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컴퓨터에 카메라를 설치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알려주는 ‘자세교정 프로그램’, 아이 울음소리의 주파수를 분석해 상태를 알려주는 ‘아이 울음 분석 프로그램’, 스마트폰 사용자의 시선을 추적 ‘스마트폰 시선 추적 프로그램’ 등 기발한 것들이 많았다.
이 같은 그의 사연과 재능이 알려지자 사건을 수사했던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10여건의 구인, 동업, 학업 제의 등이 쏟아졌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한 대학교수는 ‘장학금을 주면서 가르쳐 보고 싶다’는 제의도 왔다”면서 “제의를 해온 기업과 대학 관계자의 연락처를 A씨에게 모두 전달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직 진로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학기자 sh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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