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신 위주로 찍어주세요. 저 다리 짧은 거 아시잖아요(웃음).” 유명 배우 입에서 나오기 어려운 말인데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6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류승룡은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소탈한 말투와 몸짓으로 기자를 대했다. 그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손님’(감독 김광태)으로 ‘명량’이후 1년 만에 스크린을 찾는다.
‘손님’은 독일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착안한 영화다. 6ㆍ25전쟁 직후 악사 출신의 남자 우룡이 아들과 함께 세상과 단절된 한 오지마을을 우연히 찾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우룡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지렛대로 인간의 이기와 탐욕, 권력욕구 등을 들춰낸다.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이념으로 사람에게 낙인을 찍던 당대의 어두운 시대상도 반영한 공포물이다. 류승룡은 아픈 아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억울한 처지에 놓인 우룡을 연기했다. 그는 희극과 비극을 오가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류승룡은 “이국적인 유명 동화를 우리의 산골로 옮겨왔을 때의 이질감과,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라는 공감이 섞인 영화라 독특하게 느껴져 출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어떤 사건을 거치면 우룡이 돌변하게 되는 사연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류승룡은 “낙천적이면서도 수완이 좋은 우룡을 연기 위해 체중을 늘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액션영화 ‘표적’을 촬영하기 위해 몸무게를 65㎏까지 낮췄다가 바로 ‘손님’ 촬영에 들어가며 82㎏까지 체중을 늘렸다. 그의 평소 몸무게는 74㎏ 정도다. 그는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그리 심하게 체중 조절을 한 것은 아니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그는 1,7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와 ‘7번방의 선물’ 등 1,000만 영화 세 편에 출연한, 흔치 않은 배우가 됐다. ‘1,000만의 사나이’로 불릴 만도 한 그의 남다른 영화 판별법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흥행될 영화만 골라 출연한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손사래를 쳤다. “작품이 좋아서 출연해고 열심히 하다 보니 우연히도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배우가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연기가 좋아서 배우가 됐지 배우가 되면 유명해지고 좋겠구나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하다 보니 고맙게도 기회가 생긴 것이죠.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얼굴과 5등신인 이 몸, 이 나이에 내가 광고 출연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보너스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류승룡은 내친 김에 광고 많이 하는 연예인, 다작 배우라는 자신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출연하는 광고는 두 세 개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통신 광고는 워낙 많이 노출되고 있고 배달 관련 광고는 영화처럼 워낙 인상적인 연기를 해서 광고에 많이 출연한다는 이미지가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4년 동안 제가 출연한 영화도 1년에 한 두 편 꼴로 개봉했다”고도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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