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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과학자의 ‘마지막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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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과학자의 ‘마지막 불꽃’

입력
2015.07.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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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도윤경 UNIST 교수 세포분화과정 세계 최초 규명

암 투병 대학교수가 마지막 향학 불꽃을 태워 흑사병, 에이즈, B형 간염 등 난치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의 기초를 마련해놓고는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촉망 받던 젊은 여성 과학자 고 도윤경(43ㆍ사진) UNIST 교수. 지난 5일은 그가 난소암으로 타계한지 100일째 되는 날로, 도 교수를 그리워하는 가족, 동료, 동문들의 추모 글이 최근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되면서 다시 주목 받는 계기가 마련됐다.

대학 측에 따르면 생명과학부 소속인 도 교수는 면역 반응의 중요한 세포분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거의 규명하고 지난 3월 28일 지병인 난소암으로 숨을 거뒀다. 암 발병으로 ‘쉬어야 한다’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강의와 연구에 몰두했던 그가 개발한 세포의 이름은 ‘폴리큘라 헬퍼 T세포(Tfh세포).

2010년부터 시작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3대 학술지 ‘셀’의 자매지인 ‘셀 리포츠’에 지난달 30일 게재했다. 교신저자로 참가한 도 교수는 조명도 받지 못한 채 그의 마지막 논문만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도 교수 연구팀은 체내 면역시스템을 총괄하는 수지상세포의 한 종류인 ‘CD8α-수지상세포’가 특화되지 않은 ‘T세포’를 ‘Tfh세포’로 분화시키는 사실을 최초 발견했다. 세포 분화는 특화되지 않은 세포가 특정한 기능을 가진 세포로 발달되는 과정이다.

‘CD8α-수지상세포’에 의해 분화된 ‘Tfh세포’는 체액 내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다시 분화시킨다. ‘B세포’는 인체에 침입한 병원체를 기억해 다음에 같은 병원체가 다시 침입하면 이를 제거할 항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병원체를 제거한다.

도 교수의 남편이자 공동교신저자인 류성호 순천향대 의생명연구원(SIMS) 교수는 “‘Tfh세포’ 분화 과정의 비밀을 밝혀내 백신의 효능을 향상은 물론 새로운 자가면역 치료제 개발의 기반도 마련했다”며 “우리나라의 백신 및 항체 관련 질병 치료제 개발기술의 우위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IST 측은 “병마와 싸우는 과정에서도 연구열에 불타 올랐던 도 교수의 정신을 후학들이 이어 받아 향후 백신개발에 더욱 매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 교수는 포스텍 91학번으로 생명과학부 학사(1995년)와 서울대 분자생물학 석사(1997년)을 거쳐 국비장학생으로 미국 버지니아 의대로 유학을 떠나 면역학박사(2003년) 학위를 받았다.

이후 수지상세포 연구에 관한 공로로 2011년 노벨상을 받은 록펠러 대학 랄프 슈타인만 박사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009년 UNIST 교수로 부임했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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