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49일간 저승 여행… 방대한 원작 웹툰 효과적으로 압축시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49일간 저승 여행… 방대한 원작 웹툰 효과적으로 압축시켜

입력
2015.07.06 15:37
0 0

배우들 노래·안무 제대로 소화 못해

김다현·송용진·정동화 버전 추천

창작뮤지컬 ‘신과 함께: 저승편’은 촘촘한 이야기와 찰진 대사, 귀에 감기는 넘버로 공연 시간 160분이 지겹지 않다. 배우들만 받쳐주면 최고의 공연이 되련만. 서울예술단 제공
창작뮤지컬 ‘신과 함께: 저승편’은 촘촘한 이야기와 찰진 대사, 귀에 감기는 넘버로 공연 시간 160분이 지겹지 않다. 배우들만 받쳐주면 최고의 공연이 되련만. 서울예술단 제공

2010~2012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신과 함께: 저승편’이 창작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원작의 인기와 김광보(연출) 박동우(무대) 차진엽(안무) 등 유명 제작진들의 참여로 개막 전부터 입소문이 무성했던 이 작품은 740여쪽의 두툼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압축시켜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드라마 ‘미생’처럼 만화 원작 캐릭터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9살이 되도록 연애 한번 못해 보고 과음으로 죽은 회사원 김자홍은 저승 입구인 초군문에서 염라국 국선 변호사 진기한를 만난다. “저 같은 사람도 구제받을 수 있나요?”라는 절박한 물음에 열혈 변호사 진기한이 외친다. “난 당신의 변호를 멋지게 해낼 거예요. 제 첫 변호거든요!” 그와 함께 49일간 7개의 지옥관문을 통과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극중 저승은 이승과 닮았다. 전철과 인터넷 시스템은 물론 돈만 좇는 관료들까지 말이다. 기침을 하는 김자홍에게 진기한이 “혹시?”라고 묻는 장면은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게 하고, 두 사람이 갑자기 땅 밑으로 꺼지는 부분에서 싱크홀을 언급하는 등 사회 풍자도 돋보인다. 김밥지옥, 헬벅스, G옥마켓, 주글(Joogle)등 재기발랄한 상표 패러디는 잔재미를 준다.

방대한 원작을 대사, 가사로 각색한 정영의 내공이 돋보인다. 원작 대사를 맥락에 맞게 친절하게 다듬어 무대에 올리는데, 이런 전략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예컨대 원작에서 밑도 끝도 없이 “일직차사 해원맥”이라고 소개했던 저승사자는 공연에서 “염라국 소속 저승차사”로 바뀐다. 죄의 무게를 달아 판결하는 대목에서도 수관추(살생죄를 재는 추) 추관추(도둑질한 죄를 재는 추) 화관추(음행죄를 재는 추) 등 어려운 한자어를 노래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지름 17m의 바퀴모양 경사 무대와 바퀴 안쪽의 원형 공간으로 나눈 무대도 볼거리다. 윤회를 상징하는 바퀴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오는 여행길을, 바퀴의 한가운데는 7개의 심판이 이뤄지는 저승 중심부다. 다만 지옥을 형상화하기 위해 시도한 무대 바닥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화려한 조명이 어지러운 인상을 준다.

그러나 배우들의 함량미달 연기는 가장 큰 아쉬움이다. 한국춤과 현대무용을 결합시킨 군무는 탁월하지만 앙상블 간 손발이 맞지 않아 ‘단체 몸짓’에 그쳤다. 강림 역의 조풍래는 노래를 한두 음 낮춰 부르는 ‘고음불가’ 창법에다가 수시로 노래 가락을 작곡해 부르는 신공까지 선보이며 ‘킬링 넘버가 없다’는 관객 후기를 끌어냈다. 주요 배역은 서울예술단 단원과 대학로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객원단원들이 더블 캐스팅됐는데 김다현 송용진 정동화 등 객원단원의 공연을 추천한다.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523-0986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