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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문체는 신체

입력
2015.07.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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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건 생각을 쓰는 거라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글을 계속 쓰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때가 있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글이 생각을 만들어 내거나 생각을 비우게 한다는 사실. 보통 글의 첫 마디를 떼는 게 제일 어렵다. 생각을 정리하고, 요지를 잡고, 그리고 출발. 가장 좋은 경우는 첫 문장이 나오면서 바로 그 다음 문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글의 방향과 톤을 잡아주는 경우다. 대체로 좋은 글은 그렇게 쓰여진다.

들 머리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거나, 어조가 과장되거나 하는 경우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피차 피곤해진다. 생각이나 감정이 앞서있을 경우 자주 그런다. 글쓴이의 작의와 목적은 전면보다는 배면에 숨어 있을 때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건 어떤 운동의 원리와 비슷하다. 전면으로 강한 힘이 튀어나오게 하려면 몸의 중심에서부터 그 힘을 추동해내는 여타의 근육과 관절들의 자연스런 운용이 중요하다. 주먹질을 한다고 했을 때, 주먹에만 잔뜩 힘이 들어가면 정확한 타격은커녕 손목이 부러지거나 중심이 흐트러져 외려 역공의 실마리만 주게 된다. 그처럼, 글의 진짜 힘은 머릿속에 뒤엉킨 생각의 끈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문장의 적실함과 자연스런 전개에 있다. 쓰면, 생각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달리기 시작할 때 숨통이 열리는 몸의 윤활과 다르지 않다. 문체는 곧 신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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