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의 선택은 다시 한번 ‘긴축 반대’였다.
올해 초 국민투표로 선출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긴축 반대를 내세웠다.
치프라스 총리의 어깨에 힘이 더 실리는 만큼 채권단과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국민투표 과정에서 치프라스 총리와 채권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협상 테이블이 제대로 꾸려질지도 미지수다.
● 치프라스 정권 재신임…협상 난항, 그렉시트 우려 점증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가 끝나고 채권단과 48시간 이내에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대표가 협상력을 높여 더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줄기차게 강조한 만큼 이전보다 강한 자세로 협상장에 나설 명분을 얻었다.
문제는 협상장 자체가 꾸려질 수 있느냐다. 국민투표 전부터 채권단에는 치프라스 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형성됐다. 국민투표 과정에서도 그리스를 협박하고 있다며 채권단을 향해 격한 감정을 드러낸 치프라스 총리를 채권단이 곱게 볼 리 없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도 타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만기연장 등을 통한 부채경감이 없으면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가 나온 만큼 그리스는 채무 탕감(헤어컷)을 채권단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채무 조정은 최대 채권국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0일 큰 고비를 맞는다.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35억 유로(약 4조 4,000억원) 규모의 ECB 채무를 갚지 못하면 ‘실질적인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관측한다. 규정에 따라 그리스에 대한 ECB의 ELA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렉시트 막자”…협상 타결 가능성도
그렇다고 협상이 물 건너 갔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렉시트가 몰고 올 파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럽 대륙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재료다. 그리스 국민은 물론 유로존의 균열을 걱정하는 유럽 국가도 그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다.
채권단이 그렉시트로 가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스 현 정권을 상대로 다시 협상장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특히 그리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상대적으로 그리스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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