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 준공식·본격가동 준비… 경주 방폐장, IAEA 우수사례
5월부터 방폐장 견학 7000명, '안전'하다는 것 직접 보면 안심
지역 주민 감시·관리 참여… 새로운 가치 창출 거점으로 조성"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방폐장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지상최고의 가치다. 안전하고 완벽한 방폐장 관리를 통해 경주시민과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종인(63ㆍ사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방폐장을 가장 안전한 시설로 운영할 것임을 피력했다.
그는 방폐장이 주민투표를 통해 님비현상을 극복하고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 만큼 지역 주민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완벽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준공식과 함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잠정 연기된 상태. 메르스사태가 진정세로 돌아섬에 따라 이달 중에 가동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종인 이사장을 만났다.
_국내 최초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2011년 서울 노원구의 한 도로에 포장된 아스콘에서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적이 있다. 당시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선을 내뿜는 폐아스팔트의 처리를 두고 진통을 겪었다. 방폐장이 완공된 상태였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였다. 원전뿐 아니라 병원이나 건설현장 등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폐물도 이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경주 방폐장은 2005년 부지 선정 때부터 법률로 각종 인센티브를 주도록 함으로써 부지선정에 성공한 곳이라 그 의미가 크다. 민주주의적 정책결정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_경주 방폐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우수사례로 선정됐다는데.
“부지 선정과 공사 등의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국제기구가 인정한 셈이다. 공고에서부터 주민투표, 최종결정까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부지를 선정하고, 처분방식을 동굴 처분방식으로 결정했다. 우리보다 먼저 운영 중인 국가의 운영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등 지금도 안전하지만 앞으로 더욱 더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같은 경험이 국가적 과제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_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어느 정도나 되나. 처리는 어떻게 하나.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12만9,000드럼이 발생했다. 원전에서 가장 많이 나오지만 병원에서 진단이나 암치료에, 산업체에서는 비파괴검사 등에 방사성물질이 쓰인다. 그 과정에 방폐물이 발생한다. 발생기관별로 임시저장고나 경주 방폐장 인수저장건물에 임시 저장 중이다. 방폐장이 본격 가동되면 원전 등에서 발생한 방폐물은 방폐장 인수저장건물로 들어온 뒤 최종적으로 동굴로 옮겨 영구 처분하게 된다. 우리 공단에서는 초기에는 안전을 위해 연간 3,000드럼에서 시작해 정상궤도에 오르면 연간 5,000~1만 드럼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사용승인을 받은 방폐장 1단계 시설은 10만 드럼으로 지난 30년간 발생한 폐기물을 거의 다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단계적으로 총 80만드럼 규모로 시설을 확충하게 된다.”
_방폐장 구조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원전 등에서 싣고 온 방폐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인수저장시설이 있다. 영구처분장은 2개의 동굴로 나뉘는데, 하나는 폐기물 저장을 위한 운영동굴, 다른 하나는 공사를 위한 건설동굴이다. 운영동굴 길이는 1,415m나 되고 동굴 끝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높이 50m의 거대한 저장사일로 6개가 있다. 사일로 한 개에 드럼을 27단 높이로 쌓는데, 오차가 7㎜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한 작업이 이뤄진다. 1개의 사일로에 1만6,700드럼이 들어간다. 가득 차면 드럼 사이 빈 공간을 자갈로 메우고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해 영구적으로 폐쇄한다.”
_지진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안전한가.
“리히터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원전 내진설계기준과 같다. 방폐장 인근에는 감은사지탑과 골굴암, 기림사 등의 관광자원이 많은데 1,000년 이상 끄덕 없다. 땅 위의 문화재가 1,000년 이상 가는데 원전수준의 내진설계로 지은 방폐장은 더더욱 안전하다. 동굴 입구가 해발 30m에 있어 지진해일에도 안전하다.”
방사성 핵분열 생성물 중 환경에 큰 위험을 끼치는 대표적인 방사성물질로 세슘-167과 스트론튬-90이 있다. 반감기가 30년, 28.9년이다. 반감기 30년인 세슘이 10번 반감하는 300년이 되면 방사능이 자연상태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본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에는 이 같은 세슘이 일부 묻은 것들이 반입된다. 처분장은 최소한 300년 이상은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_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법과 부지 선정이 시급해졌다.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불편하고 어렵겠지만 처분 방법과 장소를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09년 여야 합의로 관련 법률이 제정됐고,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발족돼 지난달까지 20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조만간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정책공론화기구 활동이다. 권고안에 따라 정부의 정책 방향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주어진 임무를 차근차근 수행해 나갈 방침이다.”
_방폐장에 대해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100% 안전하다고 자신한다. 지역 주민, 전문가,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현장을 공개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현장을 공개하겠다. 5월부터 공개했는데 지난달까지 7,000명 가까이 다녀갔다. 직접 와서 두 눈으로 보고 안전을 확인하면 자연히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방폐장이 단순한 방폐장이 아니라 공원형태로 조성하고, 주민들이 직접 감시하며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경주의 자연과 문화, 방폐장이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약력
휘문고
한양대 원자력공학과ㆍ동 대학 석ㆍ박사
원자력안전기술원 본부장
한국원자력학회장
미국BNL연구소 방문연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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