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덜 깬 채 골프를 치러 필드에 나갔다가 골프장 카트에서 떨어져 다쳤다면 본인의 잘못이 90%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최모(55)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11억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2012년 7월 동료들과 1박2일 일정으로 강원 고성군의 한 리조트에 골프여행을 간 최씨는 도착 당일 저녁자리에서 소주 2병 반과 맥주를 마셨다. 다음날 아침 골프를 치기로 했지만, 최씨는 술이 안 깨 스트레칭도 할 수 없었다. 동료는 캐디에게 최씨를 숙소로 데려다 줄 것을 요청했지만 최씨는 기어이 골프를 치고 말겠다며 코스로 나갔다. 그랬던 최씨는 1번 홀에서부터 공을 제대로 못 치고 비틀거렸고, 2번 홀까지 가서야 고집을 꺾고 골프장 직원이 몰고 온 2인용 카트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최씨는 카트에 앉자마자 졸았고, 그를 본 직원은 내리막길로 가는 게 위험하다고 여겨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카트를 세웠다. 그 순간 최씨는 중심을 잃고 쓰러져 아스팔트 도로에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쳤다. 최씨는 “안전벨트가 설치된 골프카트를 가지고 오거나 나를 부축할 다른 직원을 데려오지 않은 골프장 측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술에 취한 최씨의 상태를 주시하며 운전하는 안전배려 의무를 위반한 골프장 직원보다는 술에 취해 무리하게 골프를 치려 한 최씨의 과실이 훨씬 크다”며 골프장 배상 책임을 10%로 제한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최씨가 과음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골프를 치려고 한 점을 고려해 그의 과실비율이 90%, 골프장 책임은 10%라고 판단했다. 2심도 카트에서 손잡이를 잡는 등 스스로 안전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최씨의 과실이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며 같은 판단을 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