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밤하늘을 자주 보게 됐다. 음력 15일이 걸쳐 있다는 걸 달을 보며 알았다. 매달 두 번은 나타나는 둥근 달. 특별한 절기가 아니라면 일일이 달을 살피는 게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저 우연이었다. 늦은 귀가 길에서였는지, 별 뜻 없이 고개를 들었다가 시야에 잡힌 건지 지금으로선 분명하진 않다.
처음엔 희뿌연 달무리였다. 불안한 징조나 음산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낯설었다. 왠지 어떤 말을 건네려 우물거리는 입술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환청이라도 들려올까 싶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눈을 떼었다. 흐릿한 잔상이 기이할 정도로 오래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조금 더 분명해진 원이 지난 밤보다 더 뚜렷하고 맑게 떠 있었다. 표면의 우둘투둘한 분화구들마저 눈에 잡힐 정도였다. 누가 잘 마른 헝겊으로 정성스레 닦아놓은 듯 뽀얗기도 했다.
문득, 지상에서 번득이는 모든 인공조명들을 일시에 꺼버린다면 과연 어느 만큼의 빛이 발산될지 궁금해졌다. 그 유일한 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변화하게 될지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 보름달 뜨면 늑대로 변한다는 서양의 설화 따위도 떠올렸는데, 그랬더니 지나가는 개마저도 심상찮게 여겨졌다. 또렷했던 원이 조금씩 문드러져 가는 오늘, 이 삶이 달의 경로처럼 매번 다른 형상을 갖는다는 걸 오래 잊고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