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본회의나 의총서 선언해야"
비박 "본인의 선택에 따라야"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하루 앞둔 5일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지만, 물밑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두고 친박과 비박 간 세대결이 벌어졌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며 세력을 규합했고 비박계는 ‘유 원내대표 사퇴 불가론’으로 맞서며 일촉즉발의 전운마저 감돌았다.
친박계는 이날 공개적인 공세를 자제하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6일 본회의 이후에도 물러서지 않을 경우 실력 행사에 나설 태세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경우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명예로운 퇴진’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6일 본회의 장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사퇴 입장을 밝히거나, 새누리당 의총에서 사퇴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친박계 중진이 다수 포진한 충청권 의원들을 필두로 친박계 초선 비례대표 등이 집단적으로 나서 유 원내대표 사퇴 여론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 재신임을 묻기 위한 의총 소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때까지 사퇴를 미룬다는 게 지금 와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사퇴시한을 거듭 못박았다.
비박계는 유 원내대표 사퇴 반대 성명을 냈던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물밑 의견조율을 이어가며 사태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유 원내대표의 판단에 힘을 보태겠다는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 유 원내대표가 끝내 사퇴를 결심하더라도 청와대와 친박계에 떠밀려서가 아닌 본인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는 판단이다. 비박계 한 초선 의원은 “20일까지 메르스 추경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여야 협상을 주도할 원내대표보고 물러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시한부 사퇴론도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의총 소집을 강행한다 하더라도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 사퇴를 관철하진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 측은 당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사정이 달라진 게 없다”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특별한 움직임 없이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6일 의원총회가 열리더라도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불거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돌았다. 김 대표가 의원총회의 세력대결을 저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법 폐기를 위한 표결 불참 방안을 설명하는 선에서 회의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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