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세금 미납 비율 89% 달해
獨 "남의 곳간을 왜 우리가 메우나"
정부지출 19% ↓ 주당 39시간 노동
그리스 "추가 긴축 요구 너무 가혹"
5일 치러진 국민투표는 ‘채권단의 개혁안이 너무 가혹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리스 정부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돈을 더 빌려줄 수 있다’그 국제채권단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 특히 협상과정에서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입장이 가장 강경했다. 그래서 개혁안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위대는 주로 독일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판의 표적으로 삼는 모습이 종종 연출됐다. 반면 독일인들은 ‘그리스 은퇴자의 퇴직연금을 왜 독일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냐’며 추가지원을 반대해 양국민간 감정을 골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5일 독일과 그리스 왜 사이 좋게 지낼 수 없는지 그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독일 번영과 그리스 쇠퇴의 이유
독일과 그리스는 일단 국가 규모에서 완연한 차이가 난다. 독일이 8,090만명으로 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지만, 그리스는 인구 1,090만명으로 독일의 8분의1 수준이다. 물론 출산율이 극도로 낮아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 위기에 처해 있는 점은 서로 닮았다.
경제력은 인구보다 더 차이가 난다. 독일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ㆍ4만7,627달러)은 그리스의 두 배(2만1,683달러)다. 독일의 1인당 GDP는 EU에서 최상위인 반면, 그리스는 헝가리 폴란드 등 과거 동구권 국가보다 못하다.
그런데 이런 격차는 단일 화폐인 유로를 사용하고 난 후 더욱 벌어진 것이다. 독일은 마르크를 사용할 때보다 화폐가치가 낮아져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는 혜택을 입고 있다. 반면 그리스는 드라크마를 사용할 때보다 화폐가치가 크게 높아져 관광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성장을 멈춘 상태다. 이는 유로화를 버리고 드라크마로 돌아갈 경우 서서히 국가경쟁력을 회복할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로화의 탄생은 독일에게는 약, 그리스에게는 독이 된 측면이 존재한다.
물론 양국의 경제력 격차에는 그리스 내부의 문제점도 있다. 대표적인 게 양국의 세금 미납 비율 격차다. 독일은 정부가 부과한 조세 중 징수되지 못하는 비율이 2.3%에 머물지만, 그리스는 무려 89.5%다. ‘국민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바람에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왜 남의 나라 국민이 메워줘야 하느냐’는 독일인들의 불만이 타당한 측면이 있는 이유다.
노동시간ㆍ고학력 비율은 그리스가 앞서
그리스 경제위기가 표면화한 이후 그리스인들은 낭비가 심하고, 감당하지도 못할 과도한 복지체계 하에 게으른 사람들이란 선입견이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주요 지표들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정부 지출규모로 볼 때 2006년 이후 독일은 10년 동안 정부 지출이 2% 증가했지만, 그리스는 무려 19%가 줄었다. 2010년 이후 구제금융 체제 이후 그리스 정부와 국민들이 얼마나 성실히 외채를 갚기 위해 복지를 축소하며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근로시간도 독일보다 그리스 국민들이 훨씬 길다. 주당 실제 노동시간을 놓고 보면 독일인은 2000년 이후 계속 30시간 미만을 유지하며 계속 줄어 현재 26시간이다. 반면 그리스는 계속 40시간 내외를 유지해 왔으며 현재 39시간이다.
고학력자 비율도 독일보다 그리스가 높다. 25~34세 젊은이 중 대학교육 이상을 받는 비율이 독일은 30%인 반면 그리스는 37%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열도 그리스가 앞선다. 물론 독일은 교육체계가 고학력 보다는 도제식 직업교육에 주력한다는 차이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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