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굿ㆍ오름 결합한 관광상품 개발
“쾡∼쾡쾡∼쾡쾡, 징∼징징∼징”
4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마을입구에서 풍물패들이 일제히 괭과리와 징, 장구 등을 두드리자 조용하던 마을이 한순간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소원비는 마을, 송당’ 열림마당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마을풍물패 소리에 맞춰 행사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송당리복지회관으로 모여들었다.
천편일률적인 농촌체험관광에서 탈피해 마을관광에 이야기를 입혀 차별화된 관광상품을 만들어내는 실험이 송당리에서 시작됐다.
제주관광공사와 송당마을 주민들이 수개월간 머리를 맞대 논의한 끝에 만들어 낸 마을관광 프로그램인 ‘소원비는 마을, 송당’은 마을관광에 제주지역 토속신앙인 제주당굿과 기생화산인 오름을 결합시킨 체류형 관광상품이다.
특히 그동안 관 주도로 이뤄진 농어촌체험휴양마을ㆍ녹색농촌체험마을 등과는 달리 이야기를 입힌 차별화된 마을관광상품으로, 이번 실험이 성공할 경우 새로운 마을관광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당마을은 제주무형문화재 제5호인 금백조신당 당굿이 계승되고 있는 마을로, 지금도 주민들이 제를 지내는 송당 본향당이 있다. 또 송당리 주변에는 당오름, 안돌오름, 아부오름, 거슨세미오름 등 18개의 오름이 몰려있어 ‘오름의 본고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같은 제주 당굿과 오름을 마을안길과 연결해 재탄생시킨 것이 ‘소원비는 마을, 송당’이다.
이날 열림마당 행사 참가자들은 마을 안길을 따라 걷다가 당오름 본향당에 도착해 소원을 적어 놓는 종이인 ‘소지’에 저마다의 소원을 쓴 후 ‘소원 비는 나무’에 걸어 놓았다. 이어 괭이모루, 안돌오름, 밧돌오름으로 이어진 탐방코스를 돌고 다시 송당리복지회관에 돌아왔다.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 진 2년이 됐다는 고숙경(38)씨는 “송당마을 옆 마을인 평대리에 2년째 살고 있지만 송당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와 멋진 길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길을 걷다가 소원도 빌고 자연도 즐길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마을 고정식 이장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감자, 더덕, 콩 등 농산물을 관광에 접목시키는 것은 물론 민박과 음식점 등도 활용해 주민과 탐방객 모두의 소원이 이뤄지는 송당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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