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할아버지 모교"
미국 캔자스대와 터키의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남자 농구 경기가 열린 4일 광주 동강대체육관. 오전부터 현장에서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고 낮 12시 경기였지만 관중석은 만원 관중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미국 농구 ‘드림팀’의 경기를 눈앞에서 지켜보기 위한 열기였다.
미국은 유니버시아드에서 2005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네 차례 대회에서 동메달 1개로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그러자 이번 대회에는 미국 농구의 자존심을 걸고 ‘농구 명문’ 캔자스대 단일팀을 대표로 내보냈다. 캔자스대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 1에서도 최강으로 꼽히는 팀이다. 올시즌 NCAA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학교의 초대 사령탑이 농구의 창시자인 제임스 네이스미스인데다 윌트 체임벌린, 폴 피어스, 앤드루 위긴스 등 스타플레이어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런 팀이 단일팀으로 광주를 찾자 세계적인 관심이 치솟았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대학스포츠 전문 채널 ‘ESPN U’가 이번 대회 캔자스대 경기를 직접 중계 방송할 정도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 ABC도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다. 미국 전역에 중계되는 경기인 만큼 조직위원회는 별도의 이벤트대행업체를 섭외해 캔자스대의 경기를 맡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빌 셀프 캔자스대 감독은 한국 입국 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의사들을 통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출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많은 미국인 역시 캔자스대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기 위해 광주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아 미국 대표팀을 격려했다. 리퍼트 대사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캔자스대 출신”이라며 “농구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캔자스대 경기를 직접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을 찾은 미국 남자대학농구팀을 격려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11월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NCAA 디비전 1 시즌 개막전 조지타운대와 오리건대의 경기에도 당시 성김 주한 미국대사가 방문한 적 있다. 지난 4월 국내 프로야구 경기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던 리퍼트 대사는 “봄과 여름에는 야구, 가을과 겨울에는 농구를 즐겨 본다”며 웃었다.
큰 관심에 다소 긴장한 탓인지 터키를 상대로 1쿼터에 12-21로 뒤지는 등 고전하던 캔자스대는 3쿼터 이후 역전에 성공, 결국 66-57로 승리했다. 터키도 수준급 실력을 과시하며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두 팀의 화려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환호했다. 미국은 D조에 편성됐고 한국은 A조라 4강까지는 두 팀이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광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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