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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너무 잘 보였다

입력
2015.07.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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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 B조 제1국

백 박영훈 9단 흑 박정환 9단

참고1도
참고1도
참고2도
참고2도

장면 11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 때 박영훈이 마땅한 응수가 없어서 한참 고민하다 △를 뒀지만 이는 단순히 시간연장을 위한 것으로 사실 별 의미는 없다. 흑이 점잖게 7로 받아주면 그만이다.

한데 이 순간 박정환의 날카로운 수읽기 본능이 발휘됐다. △에 대해 굳이 응수할 필요 없이 바로 참고1도 1로 두면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2로 반발하면 7까지 중앙이 잡혀서 백이 손해다. 프로의 자존심상 뻔히 수가 보이는데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실전에서 박정환이 1로 껴붙였고, 당시 관전자들은 모두 도를 예상하며 “이것으로 흑 승이 확정됐다”고 여겼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박영훈이 ‘엉뚱하게’ 중앙을 먼저 2로 찝은 게 당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기막힌 묘수다. 좌변 흑 대마가 아직 미생이기 때문에 백이 3으로 밀고 나가면 흑이 아주 괴로워진다.

박정환이 순간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3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영훈이 그래 놓고 4로 내려서자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흑이 참고2도 1부터 5까지 진행해도 △와 ▲의 교환 때문에 6으로 단수 치는 수가 성립해서 백을 잡을 수 없다. 할 수 없이 박정환이 5로 물러섰지만 6, 8까지 진행돼서 결과적으로 흑이 좌변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이래서는 바둑이 엄청 미세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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