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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풍경

입력
2015.07.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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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의 일이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주 대조적인 회의를 목격했다. 교육감 주민직선제에 대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토론회가 같은 시각에 나란히 열린 것이다. 회의장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제1회의실은 화환 하나 없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반면, 제2회의실은 한국은행총재, 국세청장, 통계청장, 관세청장 등의 화환이 즐비했다. 화환을 보낸 이들이 토론회의 주제(‘교육감 선출 방식 이대로 좋은가’)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잔칫집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역시 참석자의 면면이었다. 제1회의실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의원들을 위시하여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 교육(학)계의 진보 성향 인사들 차지였다. 이와는 달리 제2회의실에는 새누리당 대표와 사무총장을 필두로 집권 여당의 정치인들이 대거 출동했다. 국회 부의장,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 교육부장관,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등도 당일 축사 명부에 올랐다.

무슨 곡절이 있는 걸까? 이날이 4년 임기의 교육감이 취임한지 꼭 1년 되는 시점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을 잡아 한쪽에서는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폐지하기 위한 토론회를 대대적으로 조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민선교육감 취임 1년 평가회의를 연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보수세력이 그 어떤 ‘절박함’에 사로잡혀 주민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6월 교육감 선거 결과 13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 보수세력이 완패한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었다. 2010년 선거에서도 서울, 경기를 포함하여 6개 시ㆍ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배출되었다. 학생수를 기준으로 이때 벌써 과반의 지역을 빼앗겼다. 거듭 패배하자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보수세력을 대표하여 한국교총이 나섰다. 지난해 8월 14일 교육감 주민직선제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유인데, 이는 종전의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2000년부터 2006년 제도가 개편될 때까지 한국교총은 주민직선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고 다녔다. 한편 현 집권 여당은 2010년 선거 패배 이후 주민직선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2014년 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주민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이던 모습이 생생하다. ‘선거 패배의 분풀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정황이다.

사실 보수세력의 패인은 주민직선제라는 ‘게임의 규칙’이 아니다.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단일화한 것과는 달리 스스로 분열해서 패배한 것이다. 임명제와 간선제 시절 교육감 자리는 보수세력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달콤한 경험’이 후보 난립과 패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후보 단일화 등 주민직선제 승리를 위한 조정 능력을 자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남은 것은 판 자체를 깨는 일이다.

교육감 주민직선제는 2006년 말 여야 합의로 도입되었다. 지난해가 두 번째 전국 선거로 본격적인 제도 운용은 이제 5년에 불과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별히 ‘진보교육감’들이 등장하여 정부의 교육정책 독점을 견제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감당했다. 시ㆍ도 교육감들은 무상급식 등 국가 수준의 정책 의제를 이끌 능력이 있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주민직선제로 ‘정책 경쟁의 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수세력은 주민직선제가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교육감 권력을 탈환해야겠다는 정략적 의도에서다. 그러나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민직선제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먼저라는 뜻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교육자치선거 평가위원회’(가칭)를 설치ㆍ운영하는 등 국회 차원의 노력을 강조해온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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