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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마피아와의 전쟁, 한편에선 마피아 관광상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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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마피아와의 전쟁, 한편에선 마피아 관광상품 인기

입력
2015.07.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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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마피아 소탕 작전 수년째, 프란치스코 교황도 근절 공개 촉구

마피아 작년 수입 207조원… 지중해 난민 밀항에도 연루된 듯

마피아 이미지 미화, 관광객 환상 자극해 돈벌이 성행

루프트한자항공터미널 강탈사건의 용의자이자 마피아 보나노의 두목으로 알려진 빈센트 아사로(가운데)가 사건 발생 35년 만인 지난해 1월 미국 뉴욕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루프트한자항공터미널 강탈사건의 용의자이자 마피아 보나노의 두목으로 알려진 빈센트 아사로(가운데)가 사건 발생 35년 만인 지난해 1월 미국 뉴욕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어두운 방 한 켠에 반듯한 정장차림으로 앉아 시가를 피우며 굵직한 목소리로 살인을 지시하는 보스. 잔인하지만 의리 있고, 거칠지만 섬세하게 조직과 가족을 지키는 조직원들. 전 세계 범죄조직 중 마피아만큼 미화된 조직이 있을까. 마피아 일가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 ‘대부’에서 이들은 정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마피아가 지하세계를 지배하던 세상은 수십년 전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은 여전히 살인부터 마약, 인신매매 등 크고 작은 국제적 범죄를 주도한다. 범행을 묵인하는 거대 정치인들과 유착하고 때로는 협박과 테러를 감행해가며 명을 잇는 마피아는 한 해 수백조원 수익을 거둬들인다.

‘마피아 본고장’ 이탈리아는 수년째 마피아 뿌리 뽑기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올 3월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서 “피 묻은 돈, 천국에 들일 수 없다”며 마피아 범죄 근절에 힘을 보탰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 ‘마피아 조직원과 만남’이 인기 관광상품으로 등장하는 등 마피아에 대한 환상을 이용한 돈벌이도 성행해 이탈리아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마피아, 전 세계서 한 해 208조 수입

이탈리아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한 해 수입은 최소 1,660억유로(약 207조900억원)로, 애플사의 한 해 매출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 중 세계 최대 마피아 조직으로 알려진 ‘은드란게타’의 한 해 수입은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5%에 해당하는 약 750억달러(약 84조2,600억원)에 달한다.

마피아가 손을 뻗친 분야는 다양하다. 이들이 가장 오랫동안 주도해 온 범죄는 마약 밀매로, 연간 수백억달러 규모의 마약이 이들을 거쳐 움직인다. 미국에서 최대 현금 강탈 사건으로 기록된 범행 역시 이탈리아 마피아 ‘보나노’ 일원 5명의 소행이다. 이들은 1978년 당시 뉴욕 JFK국제공항의 루프트한자 화물터미널에서 현금 500만달러와 100만달러 상당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가 지난해 1월에서야 미 연방수사국(FBI)에 붙잡혔다. 최근 가치로 환산할 경우 1,790만달러에 이르는 범행이었다.

올 들어 국제사회의 큰 논쟁거리가 된 지중해 밀항에도 마피아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이 지중해 난민들에 받은 알선비는 연간 최대 6억유로에 이른다. 지난달 초에는 이탈리아 나폴리 마피아가 최근 2년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가짜 입장권을 유통해 1,000여명의 사람들이 1인당 최대 5,000달러의 피해를 입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치, 경제계와의 오랜 유착은 마피아 근절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다. 이탈리아 당국이 대대적 마피아 척결 작업에 나설 때마다 주요 정치인들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물론, 유럽 외 국가의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일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호주 ABC는 지난달 29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2000년대 초반 자유당 기금 모금 행사에서 마피아와 깊이 연관된 인물이 존 하워드 호주 전 총리와 다른 다수당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조직은 자신들의 합법적ㆍ비합법적 사업체의 이익을 위해 노동당과 자유당 소속 의원들에게 모두 로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최근 보고서에서 “불황에도 불구하고 마피아는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이들은 수익 유지를 위해 밖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 살인 등 폭력 범죄를 줄이고 점차 은밀한 지하경제 사업과 로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NODC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2년까지 마피아의 이탈리아 내 살인건수는 80% 가까이 줄었지만, 마약 밀수나 인신매매 사업 규모는 수배로 확장했다.

대규모 소탕 … 재판에 대통령 나서기도

이탈리아는 지난달 초 ‘마피아 캐피탈레’라는 이름의 대규모 마피아 소탕 작전을 펼쳤다. 이탈리아 의회 소속 반(反)마피아위원회가 5월 말 부패와 조직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지방선거 후보 16명의 이름을 공개한 뒤 일주일도 안돼서였다. 6월 한 달에만 44명의 마피아 관련자와 로마 유적지 관리 문화재청 고위 관리 등 6명이 체포됐고, 로마시 공공계약 수주를 놓고 범죄조직과 연루된 공무원들과 민간 기업인 100명도 적발됐다. 이어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지중해 난민수용시설 건설 계약, 문화재 복구 계약 등 로마시 전반의 공공계약 실태에 마피아가 관여 했는지 조사 중이다.

앞서 5월 초에는 이탈리아 경찰과 FBI가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전 세계에 마약을 공급해온 은드란게타에 대한 대대적 소탕 작전을 벌여 13명을 체포했다. 당시 수사를 위해 양국 수사기관은 2년 이상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한 통화 내용을 도청해 과일이나 식량의 수출ㆍ입을 이용한 마약 공급 구조를 파악했으며, 바나나나 열대과일 상자 등에 몰래 코카인을 숨겨놓은 영상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이 직접 1990년대 초 발생한 다수 폭탄 공격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시칠리아 마피아와 협상을 했다는 혐의를 다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마피아는 21명을 살해한 연쇄 폭탄 테러를 자행하기 전 공격을 멈추는 대신 유죄가 인정된 조직원들의 형기를 단축해 주겠다는 정부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까지 마피아 근절 목소리

국민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의 마피아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 도 여러 차례 나섰다. 교황은 이탈리아 방문 때마다 마피아 척결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올 3월 마피아의 주요 활동 도시인 나폴리를 방문한 교황은 미사를 열고 “마약 거래 등 범죄로 젊은이와 가난한 사람, 약자들을 착취하고 부패시키는 범죄조직에 단호하게 맞서라”며 “젊은이들이 범죄 조직원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더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남부 칼라브리아에서도 “은드란게타는 악을 숭배하고 공동의 이익을 경시하고 있다”며 “마피아 단원들처럼 악의 길을 선택하고 신과 교감하지 않는 자들은 파문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마피아의 협박과 테러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해 온 전임 교황들과는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전임 교황이 1993년 5월 시칠리아를 방문해 “마피아는 회개하라”고 일갈한 두 달 뒤 로마의 바실리카 산 조반니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폭탄이 터졌다. 이로부터 또 두 달이 지난 9월에는 반 마피아 운동에 앞장서온 시칠리아의 사제 피노 푸글리시가 자택 앞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후 요한 바오로 2세는 마피아 언급을 피했고, 베네딕토 16세 역시 그랬다.

마피아 상품화와 미화 계속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피아에 대한 환상을 미화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며 척결사업이 방해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피아 관광상품.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1일 보스턴 소재 ‘오버시즈 어드벤처 트래블’여행사가 수년 째 매주 토요일마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거점인 시칠리아에서 ‘마피아 두목 아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고 보도했다. 가격이 2,800달러나 되지만 시칠리아 관광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WP에 따르면 악명 높은 마피아 보스 베르나르도 프로벤자노의 큰아들 안젤로 프로벤자노(39)는 미국인 수십명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의 일생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베르나르도는 ‘대부’의 모델인 ‘콜레오네 패밀리’의 일원이자 ‘보스 중 보스’로 통하는 인물로, 살인 혐의 등으로 도망 다니다 2006년 체포된 뒤 종신형을 받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이탈리아에는 이 외에도 ‘대부’촬영장소였던 명소를 둘러보며 마피아의 미화된 역사를 곱씹는 투어상품이 성행하고, 스페인 등 유럽 등지에서는 마피아를 주제로 한 식당과 술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관광상품은 마피아 이미지를 미화시키고 있어 문제다. 미국인 리차드 놀란은 WP에 “마피아 관광이 영화 ‘대부’보다 훨씬 실감났다”며 안젤로와의 대담이 투어 중 가장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 투어를 마친 데니스 부테라도 “안젤로의 아버지가 동료들을 존중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고 하니, 안젤로는 좋은 환경에서 건강한 사람으로 자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 마피아위원회 검사 출신인 주세페 루미나는 “안젤로가 관광객이 아니라 법원에도 대화시간을 할애해 아버지가 재산을 어디에 빼돌렸는지 말해야 할 것”이라며 “관광객의 환상을 악용해 마피아를 미화하고 이들이 영역을 확장하는 데 일조하는 상업시설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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